지난달 31일 야당 단독으로 진행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문화 분야에서 기회균등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 있느냐” 등의 정책 비전을 묻자 조 후보자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등의 답변을 두 차례 동안 5분에 걸쳐 말했다.
그러자 안 의원과 같은 당 소속인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이렇게 답변을 길게 들어주는 의원 처음보지 않았느냐. 정말 인내하시면서 기다려주신 거다. 감사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조 후보자는 안 의원에게 “감사합니다, 의원님”이라고 인사했다.
여당의 보이콧으로 질의 시간이 5분에서 10분으로 늘어난 가운데 절반의 시간을 정책 비전을 설명하도록 배려한 안 의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이다.
하지만 조 후보자를 둘러싸고 부동산 투기, 남편의 부당한 사건 수임, 장녀 인턴 특혜, 억대 씀씀이 등 각종 의혹들이 쏟아진 가운데 열린 청문회 자리인데다, 진행을 맡은 위원장이 소속 정당의 간판 의원을 노골적으로 띄워주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청문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날카로운 질의가 쏟아지기보다는 맥빠진 질문이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후보자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에서 야당 의원들이 무더기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거센 공세를 예고했지만, 결정적인 ‘한방’을 내놓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이예진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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