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 무대서 별도 양자 회담, 오늘 출국… 7박8일 일정
“사드 배치 불가피한 자위 조치” 中ㆍ러 정상에 직접 설명할 듯
시진핑과 회담 출국 직전 성사, 물밑 조율로 의견 접근 시사
오바마 퇴임 전 ‘고별 회담’… 아베와 만남도 성사 가능성 높아
박근혜 대통령이 3~8일 러시아, 중국, 라오스에서 열리는 다자 외교 무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양자 회담도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4강 정상을 연달아 만나는 이번 일주일은 한반도를 둘러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갈등을 조정하고 대북 공조 체제를 재구축하기 위해 7박 8일 일정으로 2일 출국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대북 공조체제 균열 우려가 컸던 만큼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그야말로 ‘사드 외교전’의 의미가 강하다. 박 대통령은 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 정상회의 무대에서 시진핑 주석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갖는다. 지난 7월 8일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두 달 가까이 강하게 반발해왔던 양국의 정상을 직접 대면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드 배치가 불가피한 자위적 조치라는 점을 거듭 설명하고 한반도 주변 4강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통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시 주석과의 회담이다. 당초 사드 배치 결정으로 급속히 악화한 한중관계에 대한 부담으로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가 박 대통령의 출국을 코 앞에 두고 극적으로 성사됐기 때문이다. 양국간 물밑 조율을 통해 사드 문제에 대한 일정 정도의 의견 접근을 이뤘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악화일로를 걷던 한중 관계가 복원되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회담 성사 자체가 양국 정상이 한중 관계 관리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진일보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사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협상의 길을 제시한 만큼 양국 정상이 절제된 메시지를 통해 사드 문제에 대한 소통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전망된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다뤄질 지를 묻는 질문에 “한중간 중요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두 분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7~8일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과도 양자 회담을 갖는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고별 회담에선 그간의 한미동맹의 성과를 평가하고 대북 공조 체제를 더욱 다질 예정이다. 아베 총리와의 회담도 성사될 것으로 보여 박 대통령이 1주일 만에 4강 정상을 모두 만나 흐트러졌던 대북공조 체제를 복원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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