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총장 사퇴 문제를 놓고 학내 갈등을 겪고 있는 이화여대가 1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2학기 개강을 맞았다. 당초 농성 학생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수업 거부’라는 최악의 파국은 면했지만 학교와 학생 측이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정상적인 학사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본관 점거 농성 36일째이자 2학기 개강일인 이날 수업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진행됐다. 그간 농성 학생들 사이에서 거론됐던 수업 거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본관 내부에서 시위 중인 30여명의 학생들도 교대로 수업에 참여하고 공강 시간을 이용해 건물을 지켰다. 개강 직전 “최 총장이 사퇴할 때까지 정규수업이나 채플수업을 거부해야 한다”는 강성 제안도 나왔지만 총학생회가 재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반대 입장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학을 끝내고 두 달여 만에 학교를 찾은 학생들도 농성 사태에 다른 목소리를 냈다. 국어국문학과 최모(21)씨는 “방학 동안 학교에 올 일이 거의 없어 농성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이제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반면 언론정보학과 최모(26)씨는 “언론 보도를 보면 마치 학교 전체가 점거된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와 보니 평소와 다름 없는 것 같다”며 “학교가 미래라이프대 사업을 철회했으니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성 학생들은 개강을 맞아 사태 장기화로 갈수록 떨어지는 투쟁 동력을 끌어 올리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일부는 이날 오전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본관 점거 농성에 동참하자’는 글이 적힌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농성 중인 한 학생은 “그간 투쟁에 참여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더 많은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소집, 향후 시위 방향 등을 논의했다.
학교 측은 본관 점거가 길어질 경우 학사운영 파행을 염려하면서도 학생들이 주장하는 ‘총장 사퇴’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현재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원래 본관에 학내 행정이 집중된 터라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교는 학생들과 대화 시도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나 학생 측은 최 총장에 대한 신뢰 상실 등을 이유로 ‘면 대 면’ 대화를 거부해 타협점을 모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일 예정된 일부 농성 학생들의 경찰 소환 조사도 관건이다. 총학생회장 최모(23)씨 등 이화여대 학생 3명은 지난 7월 말 발생한 본관 점거 과정에서 교수ㆍ교직원의 46시간 감금을 주도한 혐의(특수감금)로 경찰에 출석을 통보 받았다. 이들은 대치 과정에서 불거진 불상사라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혐의 입증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경우 갈등의 새 불씨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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