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7 등 출시 앞두고 악재로
삼성전자가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을 사실상 전량 리콜(배터리 무상 교체)하기로 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갤럭시노트7 일부 제품의 정확한 발화 원인과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폭발 주장이 처음 제기된 지난달 24일 이후 일주일 만에 전량 리콜 방침을 세운 것은 초기 생산 물량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폭발 사고가 난 갤럭시노트7 사진에서 배터리가 들어있는 왼쪽이 검게 그을린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점을 들어 사고의 원인은 배터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T 전문가는 “발화(發火)를 일으키는 원인은 수십가지여서 불에 탄 제품을 직접 수거해 조사한 삼성전자 외에는 사고의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면서도 “대용량의 배터리(3,500mAh)를 고속 충전하는 기술을 구현하려다가 과부하가 생기면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정품 충전기를 이용하지 않아 생긴 폭발사고라면 충전 단자 쪽이 타는 경우가 많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등 일부러 열을 가했을 경우에는 발화 지점이 일정하기 힘든데 사고 제품은 모두 왼쪽이 탔다는 점도 주목된다. 배터리 자체 혹은 제품 설계 상 결함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갤럭시노트7에는 삼성SDI와 중국 ATL배터리 등에서 공급받은 배터리가 들어간다. 삼성SDI 관계자는 “아직 삼성전자로부터 분석 결과를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에 배터리 자체 문제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리콜의 구체적 방식은 배터리 교환 등 무상 수리가 유력하다. 신제품으로 바꿔주거나 환불을 해 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9일 한국, 미국 등에서 정식 판매를 시작한 갤럭시노트7은 현재까지 국내에서만 30만대 이상 개통됐다. 해외에서 판매된 수량을 더하면 전체 리콜 물량은 수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인 리콜 결정엔 국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정적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이미 이동통신 유통점 등에는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의 교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개통 후 7일 이내면 제품에 문제가 없어도 구입을 철회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환불을 요구하거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개통을 미루겠다는 고객도 속출하고 있다. 갤럭시노트7을 이용 중인 직장인 정모(38)씨는 “제품이 폭발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는데도 리콜을 안 하면 앞으로 삼성전자 제품은 불안해서 못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막 판매에 탄력을 받고 있던 신제품이 이른바 ‘폭발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휴대폰 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엔 먹구름이 드리웠다. 경쟁업체인 애플과 중국 화웨이 등의 신제품 공개를 앞두고 이 같은 악재가 터진 것도 삼성전자로선 뼈 아프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7일 애플 아이폰7(가칭) 공개에 앞서 시장을 선점하려던 전략에 차질이 생기면서 애플이 반사이익을 보게 될 공산이 크다”며 “삼성전자가 위기를 얼마나 정직하고 발 빠르게 수습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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