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장애인 학대 논란을 빚었던 경북 포항의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예우리’가 원장과 장애인 부모 간 계약서 조항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장애인이 견학 활동 등에서 제외되면서 해당 부모들은 시설 원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포항시장애인부모회연합 등 4개 포항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예우리 입소자 부모 2명은 1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 2월 예우리 원장 J씨가 장애인 부모에게 불리한 조항을 담은 계약서를 만들고 수정을 요구하는 일부 부모의 자녀를 프로그램에서 배제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장애인 부모 2명은 이날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J원장을 ‘장애인 차별금지 및 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논란이 되는 계약서 조항은 ‘이용자(장애인)의 과실 또는 부주의 등으로 발생하는 모든 사고 및 문제에 대해 제공자(시설운영자)에게 책임을 추궁하거나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는다(제4조 2항)’이다.
수정을 요구하는 부모들은 “입소 장애인의 신체 나이는 33세이지만 지적장애 수준은 부모와 대화가 되지 않는 1세 정도다”며 “대소변도 못 가리는 아이들인데 사고가 나도 시설운영자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포항시장애인부모회연합 등 4개 시민사회단체도 “지역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장애인시설에서 장애인을 둔 부모들이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는 조항의 시정과 시설 및 원장에 대한 포항시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예우리 원장 J씨와 직원들은 자료를 내고 “계약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제시하는 예시를 따른 것으로, 장애인의 과실 또는 부주의로 발생한 문제까지 시설운영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며 “장애인의 과실까지 시설운영자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어떻게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인 예우리는 지난 2013년 7월 장애인 학대 논란을 빚으면서 포항시가 후원금 관리와 인권보장 등 업무가 부적절하게 이뤄진 사실을 밝혀내 관련 공무원 4명을 문책하기도 했다. 당시 시설 이름은 ‘다소미집’이었으나 학대 논란과 내부 갈등으로 이미지가 추락하자 예우리로 이름을 바꿨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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