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에 몸담았다가 전향한 전직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미국 대학에서 테러 연구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미국 CNN 방송은 “미국 조지워싱턴대 사이버ㆍ국토 안보센터가 최근 알카에다 모집책 출신 제시 모턴(37)을 대테러 연구원으로 채용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보센터 관계자는 “우리는 아직 개개인이 어떻게 급진화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 “급진화된 세계에 있다가 빠져 나온 모턴이 대테러 연구에 독특한 관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태어난 모턴은 마약 관련 혐의로 체포돼 복역하다가 감옥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만나 극단주의에 빠져들었다. 모턴은 출소한 뒤 2008년 ‘무슬림 혁명’이라는 이슬람 과격 단체를 공동 설립해 유누스 압둘라 무하마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이 단체는 2010년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에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가 곰 옷을 입은 장면이 나오자 제작자들에게 “보복하겠다”고 위협해 유명해졌다. 이 사건으로 모턴은 모로코에서 체포돼 또다시 11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그는 감옥에서 철학자 루소와 로크의 저서를 읽으며 서구 문명에 새롭게 눈 떴다. 또 세속적인 젊은 무슬림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극단주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3년을 복역하고 지난해 2월 조기 석방된 모턴은 이후 미 연방수사국(FBI)과도 함께 일했다.
전향한 극단주의자들이 유럽 대학에서 대테러 전문가로 활동한 적은 있지만, 미국 대학에서는 처음이라고 CNN은 전했다. 조지워싱턴대는 “모턴을 채용하기에 앞서 FBI, 모턴을 고소했던 변호사, 고위 안보 관계자 등과 충분히 상의한 결과 모턴이 완전히 전향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채용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모턴은 조지워싱턴대에서 강의하거나 직접 극단주의자를 교화하는 일은 하지 않고 연구와 저술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극단주의자 시절 미 컬럼비아 대학에서 국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모턴은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토로하며 “극단주의자로 살아온 내 경험이 대테러 연구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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