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독립의 상징적 인물인 달라이 라마(81)는 지난달 30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중국 정부에 변화가 있기 전에는 (한국 방문이)어렵지 않겠느냐”면서도 “내년에 변화가 있지 않겠냐는 얘기를 중국 쪽에서 듣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방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거처인 인도 북부 다람살라의 관저 접견실에서 한국일보 등과 만나 “한국 불자들의 신심과 내 내면의 깨끗하고 충실한 서약에 어긋남이 없다면 방한이야 시간 문제이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달라이 라마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기는 2000년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 기자들은 다람살라의 아시아법회에 참석한 달라이 라마 방한 추진 한국 불자들과 동행했다.
달라이 라마는 “한국에 가고 못 가고는 정치적 문제”라면서도 “그런데 그 정치적이라는 게 정말 소수의 사람들만 관련된 문제다. 내가 한국 가는 것? 여기서 델리 가서 델리에서 비행기 갈아 타고 한국으로 가면 된다. 얼마나 쉬운가”라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국 불자와 만나는 날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방한할 경우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공성(空性)과 보리심(菩提心)을 공부하고 느끼고 배워 그 사유가 깊어지면 수행해야 한다”며 스님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라도 “그 경험과 체험이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하면 훨씬 더 즐거운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성’이란 모든 것이 ‘공’이라는 불교의 깨달음을, ‘보리심’은 그렇게 깨달은 마음을 말한다. 달라이 라마는 또 어떻게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수십 년 내에 갑자기 세상이 변하거나 좋아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다음 세대에게)어릴 적부터 사랑, 자비, 연민을 심어주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람살라=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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