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통합 발주로 예산 절감 실적
만들어 직원 승진 도와주려고”
정작 해당 직원은 승진도 못해
감사委 “부적정 행정” 조사키로
광주시가 161억원 규모의 공공 건축공사 2개를 추진하면서 설계도서도 없이 책임감리를 통합해 발주(본보 8월 24일자 12면)한 데 대해 “담당 직원 승진을 위해서였다” 는 석연찮은 해명을 내놓았다. 책임감리 통합 발주에 따른 예산 절감 실적을 만들어 승진에 도움이 되도록 해주려고 했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시청 안팎에선 “시가 특정 직원의 승진을 위해 건축행정을 조직적으로 악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복수의 광주시 관계자는 1일 “감리용역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종합건설본부의 청소년 삶 디자인센터 리모델링 공사(공사비 90억원)와 평동종합비즈니스센터 신축공사(71억원) 등 3개 공사에 대한 책임감리 통합 발주는 담당 직원(6급) 승진용으로 추진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 관계자는 “책임감리 통합 발주 당시 담당 직원이 통합 발주를 하면 예산이 절감되고 이로 인해 자신이 표창이라도 받으면 승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통합 발주를 제안해 와 추진했다”며 “통합 발주로 6억여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당시 업무 결재라인에 있던 간부들도 설계도서가 없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채 2014년 12월 책임감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는 설계도서를 납품 받았던 광주지식산업센터 신축공사에 청소년 삶 디자인센터 리모델링 공사 등 2개 공사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책임감리용역을 통합 발주해 Y건축사사무소를 감리업체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시는 용역사업집행계획 및 사업수행능력평가서 제출안내를 공고하면서 마치 설계도서가 있는 것처럼 공고문을 조작하기도 했다. 시가 이처럼 담당 직원 승진 밀어주기를 했지만 정작 해당 직원은 승진도 못한 채 1년여 뒤인 지난 8월 초 하반기 정기인사 때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
시가 뒤늦게 “건축행정을 특정인의 승진을 위한 실적쌓기용으로 변질시켰다”는 비난을 자초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시가 현행법상 건설공사 착공 전에 감리업체를 선정하도록 돼 있다는 점을 이유로 국토해양부에 관련 내용을 질의를 했기 때문이다. 설계도서도 없이 감리용역을 발주해 업체를 선정하기는 했지만 이는 엄밀히 보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공건설 공사는 통상 발주기관이 실시설계가 완료된 단계에서 완성된 설계도면과 시방서, 내역서 등을 바탕으로 총 공사비를 산출하고 이를 근거로 예상 감리비용 등을 뽑아 감리용역을 발주하는데, 시는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
이 때문에 시가 ‘부적정한 행정’이라는 본질을 흐리고 ‘직원 감싸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직원은 “지난해 4월쯤 설계도서도 없이 책임감리를 통합 발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말들이 많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무 일 없이 그냥 넘어가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광주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설계도서 없이 책임감리를 통합 발주한 것은 부적정한 행정행위임은 분명해 보인다”며 “다만 이 행위가 부적정한 단계를 넘어서 부당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국토부 회신을 받아본 뒤 감사를 통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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