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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연맹의 무관심ㆍ무지ㆍ무능이 초래한 ‘중계권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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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연맹의 무관심ㆍ무지ㆍ무능이 초래한 ‘중계권 파문’

입력
2016.09.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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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삼현 대한당구연맹 회장. 대한당구연맹 제공
남삼현 대한당구연맹 회장. 대한당구연맹 제공

독점 중계권을 둘러싼 잡음 속에 구리 3쿠션월드컵을 치르고 있는 대한당구연맹이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지난 29일부터 구리시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대회의 독점 중계권은 당초 지난해 당구연맹과 3년간 국내 대회 및 국내개최 국제대회(월드컵) 계약을 체결한 빌리어즈TV가 갖고 있다. 그러나 세계당구연맹(UMB)은 올 4월 모 당구콘텐츠 기업과 또 다른 이중 독점계약을 맺었고, 이 과정에서 당구연맹이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아 빌리어즈TV는 막대한 손실과 함께 선의의 피해자가 됐다. 지난 2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본보 보도에 대해 당구연맹은 새로 바뀐 미디어 룰을 마치 빌리어즈TV와 계약 당시부터 존재했던 것인 양 호도해 사실 무근임을 주장했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당구연맹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빌리어즈TV의 중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수정 공문을 몇 차례 발송했으며 31일에는 아예 태도를 바꿔 향후 대회부터 권리를 보전해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했다. 결백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할 꼴이다. 상식적으로 24시간 당구전문 채널을 표방하고 개국한 빌리어즈TV가 월드컵 중계권이 배제된 독점 계약을 할 이유는 없다. 이미 지난해 이 계약에 의해 빌리어즈TV가 재판매권을 행사한 SBS스포츠와 문제 없이 공동 제작ㆍ중계를 했다.

당구연맹이 당구계의 공분을 사는 이유는 UMB의 횡포에도‘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회 시작(세계 여자3쿠션 선수권)을 불과 이틀 앞둔 23일에서야 빌리어즈TV에 “미디어 룰이 바뀌었다”는 공문을 보내 중계 제한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중계를 위해 이미 한달 전부터 예산을 투입해 각종 준비에 돌입했던 방송사 사정을 전혀 무시한 처사일뿐더러 최소한 기존 계약사에 양해라도 한 마디 구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사실 무근이라고 발뺌만 할 뿐 빌리어즈TV에 대한 도덕적 사과조차 일언반구도 없었다. UMB가 하루 아침에 룰을 바꾼 건 아니다. 당구연맹의 주장대로 회원국들에 고지는 하지 않았더라도 지난 4월 이미 다른 기업과의 계약 사실이 보도까지 됐을 때 최소한 ‘의심’은 품었어야 했다. 그러나 당구연맹은 무관심 속에 시간만 흘려 보냈다.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최악의 경우에도 UMB에 올해까지 유예 기간을 두는 식의 조정 절차를 요구하는 것이 연맹이 할 일이다.

종목 대표하는 관리 기구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그저 “우리도 몰랐다” 식의 책임 회피와 잘못 가리기에 급급한 남삼현 신임 회장의 무지와 무관심, 거기에서 비롯된 무능함이 초래한 해프닝이다. 수장으로서 부적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더 거세지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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