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부총리 7월에 총살 당해
‘천안함 배후’ 김영철 통전부장은 권력 남용 이유로 ‘재교육’ 처벌
엘리트 탈북 둘러싸고 권력암투설도
복귀 후 충성심 보이려 도발 가능성
북한의 김용진(63) 내각 부총리가 자세 불량 문제로 지난 7월 처형됐으며, 천안함 폭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71)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지난달 혁명화 교육을 받았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문책에서 풀려난 대남 강경파 김영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대남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우리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사실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2013년 실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처형한 김 위원장은 집권 5년 차에도 공포 정치를 이어가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5월 최영건 내각부총리의 처형을 비롯 2012년 집권 이후 지난해 말까지 당 간부 100여명을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김 부총리의 처형 이유에 대해 “6·29 최고인민회의 때 단상 밑에 있던 김용진이 자세 불량으로 지적 받은 것이 발단이 돼 보위부 조사를 받았다”며 “조사결과 반당ㆍ반혁명분자ㆍ 현대판 종파 분자로 낙인 찍혀 7월 중에 총살 집행됐다"고 설명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될 때도 김 위원장의 연설 중에 졸았던 것이 발단이 됐다. 당 중앙위원이자 내각 부총리인 김용진은 김일성종합대 부총장과 내각 교육상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5월 강석주 전 당비서 국가장의위원회 위원 53명의 명단에 포함돼 서열 30위로 파악됐다.
정찰총국장 재임 시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 등의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 통전부장은 권력 남용 이유로 문책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김영철은 고압적 태도를 보이고 무리하게 당 통전부 권한 확장을 추진한 이유로 7월 중순부터 한 달여 간 지방 농장에서 혁명화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혁명화 조치는 지방 협동농장 등에서 노동을 하며 ‘재교육’을 받는 처벌로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도 2차례 혁명화 조치로 강등, 해임을 거쳐 복권됐다.
김 위원장의 측근 실세 중 한명인 김영철의 문책 배경을 두고 권력 암투설도 나온다. 북한 류경식당 여종업원 집단 귀순과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귀순 등 굵직한 탈북 사건이 잇따르면서 김영철의 라이벌로 통하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문책을 당했다는 소문이 지난달 나돌았다. 김영철의 문책 역시 최근 잇따른 엘리트층 탈북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측근 그룹간 힘겨루기 결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내부 동요를 차단하기 위해 공포 정치로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남 강경파인 김영철이 김 위원장의 눈 밖에 났다가 복귀한 만큼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크다. 정부 관계자는 “김영철이 충성심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강경한 대남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휘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선전사업에서 김정은의 지적을 받고 5월 말 이후 지방에서 현재 혁명화 교육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비핵화 국제회의에 참석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 효과에 대해 “(북한의) 통치자금이 줄었고 이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다”며 “최근 탈북민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대북제재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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