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지지세력 통합해 정권교체 할 것”
대변인에 금태섭ㆍ박경미 임명…당선 4일 만에 당직 인사 끝내
사드 등 민감 이슈엔 계속 신중
세월호 단식 점거 농성도 대화로 해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가 당 장악을 위해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봉하마을을 방문해 친노무현계에 화해 제스처를 보이고, 당선된 지 4일 만에 당직 인선까지 마무리했다.
추 대표는 31일 당 신임 최고위원들과 함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당의 통합과 정권 교체를 다짐했다. 추 대표는 2002년 노 전 대통령 선거대책위 국민참여운동본부를 이끌었으나, 2003년 민주당 분당 당시 열린우리당 합류를 거부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 참회의 ‘3보1배’를 하는 정치적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런 인연과 악연 때문인지 추 대표는 이날 노 전 대통령 묘역인 너락바위 앞에서 연신 눈물을 흘렸다. 그는 묘역에서 “민생을 향해 그렇게 가슴 아파하시던 대통령님, 이제 지지세력을 통합시켜 민생을 살리고 정권교체를 해내겠습니다”며 “힘을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울먹였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할 때에 이은 두 번째 눈물이다. 참배 뒤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권 여사는 ‘모든 걸 다 바쳐서 꼭 잘해 달라. 믿는다’고 말했다고 추 대표는 전했다.
추 대표는 이날 당 지도부 인선도 마무리했다. 신임 대변인으로 금태섭(서울 강서갑) 박경미(비례대표) 의원을 임명하고,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장에는 김용익 전 의원을 기용했다. 앞서 당 정책라인에 윤호중 정책위의장이, 사무총장에는 안규백 의원이 임명됐다. 전당대회 종료 뒤 4일 만에 전직 대통령 묘역 예방부터 당의 주요 인선까지 마친 셈이다. 옛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문재인 대표가 ‘친노 중심 인선’이란 비판에 막혀 일주일이 넘게 당직 임명조차 하지 못한 것에 비하면 빠른 속도다. 한 재선 의원은 “당 안팎으로 ‘친문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대표는 이날 당 소속 29명의 의원이 “신임 지도부는 하루속히 사드 반대 당론 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사드 반대를 위한 구체적 전략과 정책 준비가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한 측근은 “사드와 세월호 이슈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대안 제시가 중요하다”며 “준비의 시간을 갖고 최종적으로 국민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추 대표는 이날 봉하마을을 다녀온 직후 세월호 유가족과 백남기 농민 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20여명과 만나 일주일 동안 이어지던 당사 점거 단식 농성을 푸는 것에 합의했다. 추 대표는 지난 29일에도 세월호 가족들의 광화문 광장 농성장을 방문하는 등 한동안 당 지도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이슈들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김해=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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