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카이팜’ 등 식문화공간
외식업계서 또한번 대박 일궈
오리온ㆍCJ서 경험 쌓으며 단련
“대표 제의 많이 받았지만 거절
건축ㆍ음식 어우러진 호텔사업이 꿈”
‘비비고’와 ‘계절밥상’등 손을 대는 곳마다 소위 ‘대박’을 낸 노희영(53) YG푸즈 대표는 외식업계 신의 손으로 불린다. 2014년 9월 잘 나가던 CJ그룹에서 사표를 내고 나와 뜬금없이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손을 잡고 YG푸즈를 세운 뒤에도 그는 늘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월급쟁이가 아닌 ‘대표’ 직함을 달고 홀로서기에 나선 노 대표를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50층 레스토랑 ‘더 스카이팜’에서 만났다. 주말이면 텅텅 비는 여의도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어 사실상 버려져 있던 이 공간을 노 대표는 지난해 12월 도시 속 농장 개념의 새로운 식문화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모두가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 대표는 이 곳을 처음 본 순간 식당을 하면 성공할 것을 직감했다. 이제는 창가 자리에 앉기 위해 몇 달 전 예약을 해야 할 정도다.
지난해 4월 명동과 여의도에 문을 연 ‘YG 리퍼블리크’도 호평받고 있다. 노 대표는 “이제 1년이 좀 넘었는데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며 “사무실도 없이 밑바닥부터 시작해 이런 결과를 낸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YG 리퍼블리크는 삼겹살구이집 ‘삼거리푸줏간’과 주점 ‘케이펍’(K-PUB), 카페 ‘쓰리버즈’(3 Birds) 등을 한데 모은 복합외식공간이다. 그러나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는 게 노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세계적인 외식 회사들이 지적재산권을 주고 사 가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항상 큰 그림을 그리는 건 그의 버릇이다. 스스로를 “하나만 해서는 효과가 안 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오리온에서 부사장까지 지내다 2010년 CJ로 옮긴 것도 이 때문이다. 오리온이 온미디어와 베니건스 등 그가 관심을 둔 부문을 매각하자 더 이상 오리온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는 “오리온에서 과자 ‘마켓오’를 성공시켰지만 과자 하나만 만들라고 했다면 못했을 것”이라며 “패키지부터 광고, 마케팅까지 모든 걸 한꺼번에 그림을 그리며 해야 나도 재미가 있고 성과도 난다”고 말했다. 이렇게 일하는 그의 방식은 모든 게 구획돼 있는 대기업의 생리와 잘 맞지 않았다. ‘오너를 등에 업고 안하무인한다’는 오해도 받았다. 노 대표는 “모두 다 건드려서 시너지를 만들고,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뺏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CJ와 오리온에서의 경험은 현재의 노희영을 만들었다. 그는 “오리온이 나를 낳아줬고, CJ가 나를 키웠다”고 표현했다.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넘어가 캘리포니아대 의예과를 다니다 그만 두고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나온 노 대표는 1988년 귀국해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외식 컨설팅 업체를 세웠다. 2007년 오리온에 합류, ‘마켓 오’와 ‘베니건스’를 성공시켰다. CJ를 거쳐 이제 노 대표는 YG엔터테인먼트의 외식사업을 이끌고 있다. 최근 그가 새로 구상 중인 것은 호텔 사업이다. 해외에 나가면 하루도 같은 호텔에서 묵지 않을 정도로 그는 “호텔에 미친 사람”이다. 노 대표는 “건축도 있고, 음식도 있고, 라이프도 있는 호텔이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며 “꼭 호텔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