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시작하며 대책 고심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22일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데 이어 ‘30일 처리’ 약속마저 불발되면서 새누리당이 여소야대를 실감하고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돌파구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위기감은 더 하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31일 추경안 처리가 여야 간 잇단 합의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연되자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위에서 보이는 야당의 행동은 위헌적 폭거”라며 “모든 상임위가 여소야대로 구성된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야당이 여당을 끌고 가겠다는 것은 의회주의의 원칙과 순리를 무시한 태도”라고 성토했다. 이정현 대표도 전날 “숫자의 힘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용납하고 응석으로 받아들인다면 한국 정치의 미래가 없다”고 야당을 비난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날 의총에서 “11조원의 민생ㆍ일자리ㆍ구조조정 추경안 처리가 참 힘들다”며 “남북 협상보다 힘든 것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재정경제부 차관 시절인 지난 2004년 남측 대표 자격으로 방북해 평양에서 남북경협 협상을 한 바 있다.
앞서 7월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야당 소속 의원들이 고용노동부의 예비비 지출안을 단독 처리해 여야가 충돌한 적이 있다. 새누리당의 고민은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이 같은 거대야당의 밀어붙이기가 속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응책이나 해법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이날도 추경안 처리 파행의 원인이 됐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의 추경안 단독 처리에 항의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불참했지만, 야당 소속 위원장 주재로 청문회가 열려 실효적 성과를 얻지 못했다.
물론 다수당의 밀어붙이기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안전판이 있지만 집권 여당 입장에서는 번번이 원내에서 발목이 잡히는 것이 문제다. 김명연 원내대변인은 “17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사학법 등을 놓고 강력한 장외투쟁을 펼쳤지만 당시에는 야당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여당이 장외투쟁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결국 여야간 주고받기 식 협상을 통한 협치 외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얘기가 여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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