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이 4일 시행에 들어간다.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한 사업을 지원하는 한편으로 북한 당국의 인권범죄를 기록해 북한 정권과 간부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장차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로 삼는다는 게 취지다. 이를 위해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고 통일부와 법무부에는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보존소가 각각 설치된다.
미국이 2004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인권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를 근거로 북한 정권에 광범위한 제재를 취해 온 데 비해 우리가 이제야 북한인권법 시행에 들어간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 과거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비춰 적절치 않다고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인권을 남북교류ㆍ협력의 종속변수로 묶어 놓기에는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는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지금도 북한 수용소에서는 최대 12만명에 달하는 정치범을 대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인권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 정부가 밝힌 것처럼 북한인권법이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야당의 반대로 북한인권법에 ‘제3국 탈북민’에 대한 조항이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북한 인권 문제가 김정은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마침 미국에서도 북한 내 인권유린과 해외 북한 노동자 실태를 담은 ‘북한 인권증진 전략보고서’가 최근 의회에 제출됐다. 지난 2월 발효된 대북인권제재강화법의 후속 조치다. 보고서에는 탈북자를 강제 송환한 국가와 북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국가, 북한과 노동자 고용계약을 맺은 국가 및 개인 명단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북한이 5만~6만명으로 추산되는 해외 노동자를 통해 연 3억~4억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보고서는 관련 국가들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해 이런 자금을 차단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어제 정부는 북한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최근 혁명화 교육을 받았고, 김용진 내각 부총리는 처형됐다는 보도를 확인했다. 김일성종합대학 부총장을 역임한 김 부총리는 지난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의 ‘자세 불량’이 총살 이유라고 한다. 지난해 말까지 체제 유지를 위해 간부 100여명을 처형한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당ㆍ군에 이어 내각으로까지 번지는 형국이다. 이런 광기가 언제까지 거듭될 것인지가 안타깝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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