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 벼 농사가 올해도 풍년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쌀 소비부진이 지속돼 올해도 가격하락이 예상되는 등 농민들은 풍년이 결코 반갑지 않다.
강원도 농업기술원은 모내기 때 가뭄이 발생하지 않았고 올 여름 기상여건도 좋아 벼 이삭이 나오는 출수기가 예년보다 2∼3일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기술원의 분석 결과 그루당 벼알 수는 1,913개로 평년의 1,760개보다 153개가 더 많이 달렸다. 그루 당 이삭 수는 평균 22.3개로 예년보다 1.3개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 엄청난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는 한 풍년이 예상된다는 강원도 농업기술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수확을 앞둔 농심은 추수의 기쁨보다 씁쓸함이 앞선다. 쌀 소비 감소에 따른 재고량 증가로 벼 수매가격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원발전연구원의 분석 결과 올해 1분기 현재 도내 쌀 재고량은 6만300톤으로 2015년보다 37% 늘었다. 반면 1인당 쌀 소비는 1980년대의 절반 수준인 65㎏에 불과하다. 햅쌀이 시장에 나와도 제값을 받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수확한 벼의 농협수매가는 ㎏당 1,240원 선으로 지난해의 80% 수준에 머물렀다. 철원군 농민 남모(69)씨는 “지난해 가격이 좋았던 것이 아닌데 올해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하니 걱정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농민 단체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없으면 쌀값 하락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강원발전연구원은 “쌀 과잉 문제와 가격하락을 해결하려면 가공산업의 다양화와 이를 위한 행ㆍ재정적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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