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잔류ㆍ정부부처 부지 회복
역사ㆍ문화ㆍ생태적 가치 반영해
온전한 국가공원으로 만들어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 주도로 진행 중인 용산공원 조성 사업에 다시 제동을 걸었다.
박 시장은 31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현 용산공원 조성계획은 공원 터를 정부 부처가 선점하고 미군이 잔류하는 반 쪽짜리 국가공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점부터 재검토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공원조성안은 현재 정부시설로 되어 있는 전쟁기념관, 방위사업청, 국방부 청사, 국립중앙박물관 등 정부부처 시설(93만㎡)을 제외한 265만㎡만을 공원부지로 보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미군부지에 정부부처 선점 부지를 포함한 358만㎡가 온전한 형태의 공원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군이 들어오기 전 일본군이 쓰던 부지 전체를 공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2019년 이전 예정인 미국대사관 부지와 헬기장, 드래곤힐 호텔 등 미군 잔류부지(22만㎡)를 제외하고, 미군의 추가 부지 요구안이 반영되면 용산 공원 부지는 당초의 68% 수준 이하로 좁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은 “공원 조성 이전에 힘 있는 기관들에 터를 뺏긴 형국”이라면서 “제대로 된 현황조사나 국민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성급하게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용산공원 조성을 위한 원칙으로 용산공원 터의 역사ㆍ문화ㆍ생태적 가치에 대해 조사해 이를 반영한 ‘국가적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ㆍ미군 부지를 모두 덜어내 358만㎡ 온전한 형태로 회복하고, 국토부 주도의 폐쇄적 추진이 아닌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바탕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시장은 공동조사 실시, 국가공원 성격 명확화, 공원 경계 회복, 반환 및 이전 시기 공표, 범정부 기구 마련, 시민참여 확대 등 6가지를 제안했다.
시는 정부 주도의 공원 조성 방향과 일정을 수정하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용산공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계획에 따라 전담 부서를 만들고, 용산공원의 역사적 가치 등에 대한 자료조사를 기반으로 한 학술연구를 추진할 방침이다.
박 시장은 “용산미군기지 반환은 단순한 부지 반환이 아닌, 100여년 이상 역사적 흐름을 간직한 수도 중앙에 대한 공간 주권 회복인 동시에 정체성의 회복”이라며 “현 세대에 한정된 개발계획으로 민족공원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02년 한ㆍ미정상간 이전합의를 계기로 2017년까지 미군부대는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돼 있다. 정부는 미군이 이전하면서 우리 정부에 넘겨줄 부지(245만㎡)에 최초 국가 공원을 2027년까지 조성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정부부처의 시설물을 세우는 내용의 ‘용산공원 콘텐츠 검토안’을 공개했으나, 서울시는 이를 ‘정부부처의 나눠먹기식 개발’이라며 반대해왔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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