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 송중기는 육군 율곡부대 수색대원 출신이다. 강원 고성에 주둔한 사단으로, 금강산이 지척이다. 특이한 군인 말투가 자연스러웠던 것도 제대하자 마자 이 드라마를 찍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제대 당시 그의 군복에는 ‘민정경찰(DMZ POLICE)’이라는 명찰이 달려 있었다. 비무장지대에서는 군인은 들어갈 수 없다는 휴전협정 규정에 따라 수색대원을 포함한 DMZ 내 군인은 유엔군 산하 민정경찰로 활동한다. 민정경찰 표식이 없으면 정전협정 위반이다. 북한은 ‘민경대’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경찰의 탈을 쓴 군인이다.
▦ 수색대는 지뢰밭투성이인 DMZ 내에서 고도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한다. 밤을 꼬박 새는 매복과 정찰은 추위나 모기와 싸워야 하는 것은 물론 불시에 빚어질지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1974년 11월15일 새벽 겨울 초입에 들어선 비무장지대에서 매복작전을 벌이던 25사단 수색대원들은 흰 연기가 피어 오르는 광경을 목격하고 땅을 파다가 북한군의 집중사격을 받았다. 3명이 전사하고 5명이 부상당하는 희생이 따랐다. 경기 연천군 고랑포의 제1땅굴은 그렇게 발견됐다.
▦ 과거 수색대원은 차출로 뽑았다. 신체가 남달리 건강해야 함은 물론이다. 차출된 병사는 죽을 맛이다. 위험도 위험이지만 고된 훈련 탓에 사지로 끌려가는 기분이었을 터이다. 요즘 수색대원은 신병훈련소에서 지원을 받아 뽑는다. 송중기도 그렇게 수색대원이 됐다. ‘기왕에 온 군대 제대로 해보자’는 기백을 가진 청년들이 많아 필요 인원보다 지원자가 넘치기 일쑤라니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위험지 근무에 따른 휴가일수, 위험수당 등 남다른 대접도 지원자 급증에 영향을 미쳤을 게다.
▦ 합동참모본부가 한강하구 중립지역에서 불법조업 하는 중국어선을 쫓아내기 위해 9월부터 민정경찰을 투입한다고 한다. 1953년 정전협정 이래 한강하구에서 민정경찰의 중국어선 퇴거작전은 6월에 이어 두 번째다.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에서 강화군 서도면 불음도 한강하구 67km는 비무장지대에 준하는 중립지대다. 북한의 도발 우려도 없지 않은 만큼 불상사 없이 작전을 수행했으면 바람이다. 민정경찰의 역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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