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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환수 운동하는 미국인

입력
2016.08.3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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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닝턴씨가 지난 27일 직지가 간행된 청주 흥덕사터를 찾아 직지 반환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펼쳐보이고 있다. 페닝턴씨 제공
페닝턴씨가 지난 27일 직지가 간행된 청주 흥덕사터를 찾아 직지 반환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펼쳐보이고 있다. 페닝턴씨 제공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인 직지가 고향인 한국의 품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의 환수 운동에 미국인이 앞장서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의 국제특허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리처드 페닝턴(63)씨.

그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의 한국 반환 운동을 시작한 것은 3년 전.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역사ㆍ언론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아 2007년 한국에 왔다. 한국의 역사 서적을 탐독하던 그는 직지가 서양의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8년이나 앞선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 길로 직지가 간행된 청주 흥덕사 터와 그 옆에 세운 청주고인쇄박물관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직지 원본이 한국에 없는 사실에 더 놀랐다.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의 하나인 직지가 한국이 아닌 프랑스에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누군가는 환수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는 2013년 6월 한국인 지인 몇 명과 함께 직지환수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대표를 맡았다. 그 때부터 주한 프랑스 대사관, 국회, 문화재청, 청와대 등에 수 차례에 걸쳐 직지 반환의 필요성을 담은 서한문을 보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직접 거리에 나서 직지 반환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도 벌이고 있다. 거리 서명을 받을 때는 ‘우리 문화재, 직지를 우리 품으로!(Bring Jikji back to Korea!)’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나간다. 전국 주요 도시와 박물관, 사찰 등 각지를 돌아다니며 지금까지 5,0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는 1일부터 8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과 고인쇄박물관 일대에서 열리는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행사장을 찾아 서명 운동을 이어갈 참이다. 그는 이 서명부를 프랑스 국립도서관이나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페닝턴씨는 “직지의 주인인 한국인들이 환수 운동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며 “한국 인쇄 장인들의 뛰어난 기술과 정신이 집약된 직지는 탄생한 한국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페닝턴(맨 오른쪽)씨가 지난 2월 주한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직지환수추진위 회원들과 함께 직지 반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페닝턴씨 제공
페닝턴(맨 오른쪽)씨가 지난 2월 주한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직지환수추진위 회원들과 함께 직지 반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페닝턴씨 제공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직지는 1377년(고려 우왕 3년)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불교 서적이다. 상ㆍ하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당시 여러 권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하권 단 1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있다. 이 책은 1886년 한ㆍ불 수호통상조약 이후 당시 공사를 지낸 콜랭 드 플랑시가 프랑스로 가져가 1950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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