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바람과 함께 성큼 다가온 가을, 풍성한 상차림을 준비한 영화축제들이 관객을 찾는다. 매해 10월의 문을 여는 부산국제영화제 외에도, 작지만 알차고 특색 있는 영화제들이 어느 해보다 많이 열린다. 극장에선 볼 수 없는 전세계 영화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다. 관객들은 부지런히 발품을 팔기만 하면 된다.
제1회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는 청소년 문제를 다루거나 청소년들의 관심사를 담아낸 영화들을 소개한다.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4일간 경기 안양시 안양아트센터와 평촌 롯데시네마 등에서 열린다. 안양청소년국제영화제라는 간판은 올해 처음 내걸었지만, 역사는 제법 길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열렸던 대한민국청소년창작영화제가 전신이다. 기존에 해온 청소년 창작 단편영화 공모전을 중심으로, 우수 장단편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등 초청작 상영 섹션을 마련했다. 공모전은 19세 이하 중고등부와 24세 이하 대학부로 나눠 진행되는데, 올해는 총 225편이 응모해 그 중 20편이 경쟁 섹션에 올랐다.
개막작은 ‘101 달마시안’ 스티븐 헤렉 감독의 신작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다. 위탁가정에서 살아가는 열두 살 소녀와 위탁 부모의 교감을 그린 영화로, 이번 영화제를 통해 아시아 최초 공개된다. 폐막작은 엄마를 잃은 소녀와 물소의 우정을 그린 ‘버팔로 라이더’다. 특별전에서는 할리우드 극작가 로알드 달 원작의 영화 4편이 무료 상영된다.
‘19플러스’는 참신한 발상이 돋보이는 섹션이다. 청소년 영화인데도 등급 제한 때문에 정작 청소년들은 못 보는 영화들을 상영한다. 영화제 관계자는 “청소년 문제를 전세대가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섹션”이라고 설명했다. ‘19플러스’ 초청작인 ‘한공주’ 상영 뒤엔 연출자 이수진 감독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마 클래스도 열린다.
지난해 공모에서 수상한 단편영화 ‘봉준호를 찾아서’는 특별 추천작이다. 훌륭한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세 친구가 우상 봉준호 감독을 무작정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았다.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지만 10년째 정식 개봉을 못하다시피 한 ‘여름이 준 선물’도 영화제가 추천한,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다. 그 밖에도 최우식 주연의 ‘거인’, 정지우 감독의 ‘4등’, 천재 뮤지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삶을 담은 ‘에이미’, 니콜 키드먼이 제작과 주연까지 맡은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 등 이미 개봉했던 영화들도 다시 만날 수 있다.
올해 첫 선을 보이는 영화제는 또 있다. 이달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닷새간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일대에서 열리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다. 알피니즘, 클라이밍, 모험과 탐험, 자연과 사람 등 4개 섹션에서 21개국 78편의 산악 영화들이 무료 상영된다. 이 가운데 월드 프리미어 4편과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3편을 포함해 이 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첫 소개되는 영화가 53편이다. 자연과의 교감, 가슴 뛰는 모험과 도전을 담은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개막작은 히말리야에서도 가장 까다롭고 위험한 산으로 알려진 메루를 등반하는 미국 산악인 3명의 이야기를 다룬 ‘메루’다. 이 영화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부문 관객상을 수상했다. 특별전에서는 1924년 에베레스트에 오른 영국원정대의 등반을 기록한 무성영화 ‘에픽 오브 에베레스트’와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무산소 등정 기록을 세워 산악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라인홀트 메스너를 담아낸 ‘운명의 산, 낭가파르밧’이 상영된다. 메스너는 영화제에 초대돼 개막식에 참석하고 특별강연을 할 예정이다.
올해 3회를 맞이한 가톨릭영화제도 개성 있는 영화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가톨릭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종교영화제는 아니다. 보편적 가치를 내건 영화들을 초청해 비신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는 ‘가족의 재발견’을 주제로 10여개국 42편의 영화가 상영됐고, 그중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과 ‘미쓰 와이프’ 같은 상업영화들도 포함됐다. 올해는 ‘함께하는 삶’을 주제로 선정해 50여편의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단편 경쟁 부문 공모에는 지난 1, 2회보다 출품작이 늘어 총 296편이 접수됐고, 그 중 14편이 본선에 올라 관객을 만난다.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명동 CGV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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