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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팬은 알고 있지…요즘 뜨는 광주 명소 7곳

입력
2016.08.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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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가면 무얼 해볼까?’ 나고 자란 곳이지만 말문이 막히는 질문이었다. 기껏해야 외지인도 다 아는 무등산이나 떡갈비 골목 정도를 꼽을 뿐이었다. 그래서 줄곧 광주에서만 살아온 친구들에게 물었다. 5년 전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곳들이 줄줄이 나온다.

KTX광주송정역, 용산역에서 채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KTX광주송정역, 용산역에서 채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세계적 작가들이 참가하는 광주비엔날레가 9월 2일부터 11월 6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주제로 시내 전역에서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펼쳐진다. 비엔날레 기간 광주 여행을 계획 중인 이들을 위해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도심 여행지를 소개한다.

▦1913송정역시장

광주송정역 건너편에는 1913년 역 개통과 궤를 함께해온 송정시장이 있다. 광주송정역이 호남고속철도 확장에 맞춰 신 역사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송정시장도 올해 초 ‘1913송정역시장’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현대적인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젊은 감성을 자극하는 가게들이 들어서며 쇠락해가던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가게들과 젊은이들이 새로이 개장한 가게들이 공존하는 모양새다.

1913송정역시장 야경. 해가 떨어지면 조명이 들어와 더욱 운치 있고 활기차다.
1913송정역시장 야경. 해가 떨어지면 조명이 들어와 더욱 운치 있고 활기차다.
프랜차이즈 점포가 아닌 독특한 소규모 점포들이 자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점포가 아닌 독특한 소규모 점포들이 자리하고 있다.

‘누구나 가게’는 이름 그대로다. 시장 상인회에 신청하면 1~7일간 업종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게를 차릴 수 있는 점포다. 지난 26일에는 대학원생 두 명이 스페인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한 달 동안 스페인에 살았던 경험을 살려 요리 실력을 뽐내보고 싶었단다. 전문음식점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둔 음식이 동나면 새로 만드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큰 돈을 벌 목적이 아니어서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친절하다.

언론 기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만 여기고 큰 기대를 품고 온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목포와 구례에서 왔다는 두 여성은 생각보다 골목이 짧은 것 같다고 했다. 광주 시민들도 독특한 가게들이 많긴 하지만 체험 거리가 부족하고 규모가 작은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하지만 소소한 분위기를 찾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만족스러운 곳이다. 예쁜 조명이 거리를 장식하는 저녁에 방문하면 더욱 운치 있다. 식사 후에는 느긋하게 골목을 거닐며 군것질을 즐길 수 있다.

먹거리와 살거리로 나뉘어 있는 ‘누구나 가게’
먹거리와 살거리로 나뉘어 있는 ‘누구나 가게’
’누구나 가게’의 멜론 베이컨과 스페인식 칵테일 샹그리아. 짭조름한 베이컨과 달콤한 멜론, 새콤한 샹그리아가 잘 어울린다.
’누구나 가게’의 멜론 베이컨과 스페인식 칵테일 샹그리아. 짭조름한 베이컨과 달콤한 멜론, 새콤한 샹그리아가 잘 어울린다.
한 번에 50인에게 판매할 양만 굽는 ‘또아식빵’에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 소규모 가게들은 대부분 소량만 만들기 때문에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에 50인에게 판매할 양만 굽는 ‘또아식빵’에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 소규모 가게들은 대부분 소량만 만들기 때문에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양림동 펭귄마을

지역마다 벽화마을과 근대 골목이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는 요즘, 광주에도 양림동 펭귄마을이 뜨고 있다. 마을 노인들의 느린 걸음걸이에서 이름을 따 ‘펭귄마을’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찾는 젊은 트렌드에 부합해 평일 낮에도 사람들이 제법 붐빈다. 서울과 부산은 물론 광주에서도 일부러 이 마을을 찾는 이들이 많단다. 휴대전화로 찍어 SNS로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20대들이 주 방문객이었다.

마을은 유명해졌지만 온갖 상술이 난무하는 관광지 같지 않다는 점이 매력이다. 마을이 워낙 작아 전문 상권을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을 입구 평상에서 부채질하던 할머니들은 볼게 뭐 있어서 오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할아버지들은 민소매 셔츠만 걸친 채 안방처럼 골목을 돌아다닌다.

한 대학생 커플은 기대한 것보다 작고 관리가 소홀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SNS에 올라온 예쁜 사진들만 보고 더 화사한 관광지를 기대했는데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 하지만 관광객들을 위한 마을이 아니라 주민이 주인인 마을이라는 건 오히려 펭귄마을의 강점이다.

벽화와 벽보, 소품 등으로 꾸며진 펭귄마을
벽화와 벽보, 소품 등으로 꾸며진 펭귄마을
마을 바닥에 그려진 장난스러운 방위표시
마을 바닥에 그려진 장난스러운 방위표시
사진을 찍는 여행객(위)과 한가로이 앉아 쉬는 마을 주민들(아래)이 공존하는 공간
사진을 찍는 여행객(위)과 한가로이 앉아 쉬는 마을 주민들(아래)이 공존하는 공간
사진을 찍는 여행객(위)과 한가로이 앉아 쉬는 마을 주민들(아래)이 공존하는 공간
사진을 찍는 여행객(위)과 한가로이 앉아 쉬는 마을 주민들(아래)이 공존하는 공간

▦동명동 카페거리

“거기 광주의 경리단길이라고 하던데?” 동명동의 카페거리를 추천한 친구의 말이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카페와 음식점이 줄지어 들어선 거리를 떠올렸다. 실제 예쁜 인테리어의 카페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한적하다.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낮부터 대기표를 받아야 들어가는 식당도 있다. 그럼에도 한적해 보이는 이유는 상권이 밀집하지 않고 사이사이에 주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주택과 어울려 자리잡은 이색적인 음식점은 경리단길보다는 서래마을의 인상에 가깝다. 치즈돈까스와 해물라면을 먹기 위해 기다리던 관광객은 요즘 광주에서 뜨는 거리라고 해서 친구들과 서울에서 왔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예쁜 카페와 갤러리들이 더 많아서 만족스럽다고, 조그마한 인사동 같다고 덧붙인다. 띄엄띄엄 자리잡은 예쁜 인테리어 건물들에서 골목의 매력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것은 단점이다. 좁은 골목 양편을 점령한 차들이 많아 차량 통행이 불편하다. 식사 중 차를 빼줘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근처 아시아문화전당 주차장에 차를 댄 후 도보로 둘러보는 편이 현명하다.

주택과 잘 어울리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선 동명동 카페거리
주택과 잘 어울리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선 동명동 카페거리
’동명관’ 앞에서 이른 낮부터 대기 중인 여행객들
’동명관’ 앞에서 이른 낮부터 대기 중인 여행객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Asia Culture Center)

지난해 11월 아시아문화전당이 개장하면서 광주는 민주의 성지에서 문화의 성지로 변모하고 있다. 5?18민주항쟁의 상징물인 구 도청 자리이다.

문화창조원, 문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 예술극장, 민주평화교류원 등 각 기획관마다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열린다. 공식홈페이지(https://www.acc.go.kr)에서 미리 확인하면 동선을 짜기 편리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야외 하늘마당은 돗자리 펴기 좋은 곳이다. 저녁마다 시민들이 모여 잔디밭에서 피맥(피자와 맥주)을 즐긴다. 버스킹도 자주 열려 낭만을 더한다. 여러 전시장과 공연장, 곳곳의 조형물 장식 등 전체적인 느낌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닮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야경 (ACC 공식 홈페이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야경 (ACC 공식 홈페이지)
학생들에게도 좋은 체험학습 장소다.
학생들에게도 좋은 체험학습 장소다.
저녁이 되면 돗자리를 펴고 낭만과 맛을 즐길 수 있는 하늘마당
저녁이 되면 돗자리를 펴고 낭만과 맛을 즐길 수 있는 하늘마당

▦광주KIA챔피언스필드

타이거즈 팬이 아니어도 좋다. 야구와 야구장 분위기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KIA챔피언스필드’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2014년 개장한 챔피언스필드는 외야에 잔디 테이블석을 갖춘 국내 최초의 개방형 야구장이다. 비교적 좌석이 넓고, 화장실도 넉넉해 쾌적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치킨을 즐기면서 경기를 관람하고 싶다면 양동시장에 미리 들를 것을 추천한다. 경기장 앞에서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치킨도 양과 질이 나쁘지 않지만, 광주 사람들은 양동시장 ‘닭전머리’에서 줄을 서서 치킨을 포장한 후 야구장으로 향한다.

광주KIA챔피언스필드 (KIA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
광주KIA챔피언스필드 (KIA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
내부 좌석의 모습. 3층과 4층 사이에는 국내 최대규모(265m)의 리본 보드 전광판이 둘러져 있다.
내부 좌석의 모습. 3층과 4층 사이에는 국내 최대규모(265m)의 리본 보드 전광판이 둘러져 있다.

▦상무지구 거리

전남지역으로 ‘내일로’ 기차여행을 떠나는 대학생들은 낮에 담양이나 순천 등 관광지를 둘러본 후, 저녁 술자리는 주로 광주에서 즐긴다. 기존에는 구 시청거리와 전남대 후문 골목이 유명했지만, 최근에는 서구 상무지구에도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홍대나 강남역에 댈 수준은 아니지만, 신나는 감성주점부터 반주기기가 있는 ‘룸소주방’, 요즘 유행하는 ‘8090주점’까지 있으니 즐길 거리는 충분하다.

상무지구 거리.
상무지구 거리.

▦오리탕 골목

떡갈비, 육전, 상추튀김. 쉽게 떠오르는 광주의 대표 음식이다. 다른 지역에 흔치 않은 오리탕도 광주의 맛에서 빠지지 않는다. 백숙보다 치킨을 좋아하는 ‘초딩 입맛’이라면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처음엔 주저하다가도 먹을수록 담백한 오리탕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북구 유동의 ‘영일오리탕’ 박현숙 사장은 근처 ‘영미오리탕’이 쿡방(요리방송)에 소개된 후 오리탕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덕분에 오랜 전통의 유동거리도 ‘오리탕 골목’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나리와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간 오리탕
미나리와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간 오리탕

가격은 한 마리 4만5,000원, 반 마리 2만8,000원. 신선한 미나리와 고소한 들깨가루가 어우러진 고단백 건강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다. 미나리가 많이 들어가 숙취해소용으로도 즐겨 찾는다.

민준호 인턴기자(서울대 사회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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