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애플 16조원 추징 명령 이어
아마존ㆍ맥도널드 등까지 정조준
美 상원 “유럽 기업 세무조사해야”
재무부에 보복 조치 촉구 나서
유럽연합(EU)과 미국 간에 ‘세금전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EU가 애플에 세금폭탄 세례를 퍼부은 데 이어 아마존과 맥도널드 등까지 정조준하자 미국 정부가 보복조치로 미국 내 유럽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검토하고 나서면서다.
영국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애플에 130억유로(약 16조원) 규모의 세금납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다음 목표로 룩셈부르크에 유럽 본사를 둔 아마존과 맥도널드를 겨냥하고 있다고 전했다. EU는 룩셈부르크 정부가 2003년 아마존 유럽 본사를 유치하면서 자국 내 로열티 지불시스템을 이용해 아마존에 과도하게 낮은 세율을 부과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아마존이 불법적인 조세특혜를 받았다고 EU가 확정할 경우 세금추징액은 약 4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맥도널드도 2009년부터 룩셈부크르 정부와 세금 합의를 통해 특혜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EU의 세금추징이 본격화하면 유럽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애플의 경우만 하더라도 공식 법인세율이 12.5%인 아일랜드에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세금 감면 특혜를 받았다는 이유로 130억유로 규모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게다가 법인세율이 아일랜드보다 훨씬 높은 프랑스(33%)와 스웨덴(22%), 독일(30%) 등은 애플의 자국 내 판매 실적에 대해 별도의 추가 징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자 미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국제사회에서 공정한 조세 시스템을 만들려는 미국과 유럽의 공조가 약해질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미 상원은 이와 관련 EU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 내 유럽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는 방안을 제이컵 루 재무장관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도 이날 “미국 내 유럽기업의 이중과세를 포함한 대응조치를 재무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U와 미국 간 세금전쟁의 이면에는 양국 간 고질적인 무역마찰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EU는 올 4월 미국 IT기업인 구글을 반독점 위반 혐의로 조사하기 시작한 데 이어 9월에는 구글 등의 인터넷 검색엔진이 뉴스 미리보기를 표시하는 경우 유럽 언론매체들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글 등 미국 거대 IT기업들이 막대한 시장점유율을 무기로 유럽 기업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EU는 판단하는 것이다. EU는 이 참에 미국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고질적인 역외탈세를 바로잡아 재정적자를 메우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EU의 세금징수 조치가 실제로 현실화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플로부터 세금을 걷어야 하는 아일랜드 정부조차도 이날 EU의 조치에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BBC에 따르면 아일랜드 정부는 성명을 통해 “회원국의 세정 주권을 보장한 EU 규정의 침해를 막기 위해 EU 집행위 결정에 대해 EU 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아일랜드 정부는 EU의 이번 결정이 자국 내 1,000여개에 달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영국 정부는 이날 EU 탈퇴를 결정한 사실을 거론하며 “영국은 모든 기업들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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