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제주 몰카 사건 3명 적발
영구제명 뒤 자격 복귀 배경엔
수영연맹 고위급 간부들 입김
“학연ㆍ지연 얽힌 솜방망이 처벌에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도 의혹…”
안팎서 선수 관리 소홀 쓴소리
안종택 대표팀 감독은 사의 표명
국가대표 선수촌 여자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사건을 두고 체육인들은 대한수영연맹의 뿌리 깊은 난맥상이 빚은 예고된 재앙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찰은 2013년 수영 국가대표 선수 A가 충북 진천선수촌 수영장 여자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두고 촬영해왔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가 경기지역 체육고교에 다니던 2009년에도 학교 수영장 여자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적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수영계에서 비슷한 사건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3년 3월 제주에서 열린 전국수영대회에서 고등학교 수구선수 3명이 여자탈의실에서 몰래카메라를 찍다가 적발됐다. 대한수영연맹은 그 해 3월 선수위원회를 열어 이들을 영구제명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9월 이사회를 열어 선수 자격을 회복시켜 줬다.
A와 수구선수 3명 중 2명은 모두 같은 학교 출신이다. 수영계에서는 당시 대한수영연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세하던 B전무이사가 이 학교를 감싸고 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몰래카메라를 찍다가 걸린 수구선수의 지도자와 가까운 C 전 수구대표팀 감독이 B전무의 오른팔 행세를 하고 다녔다.
B전무와 C감독은 2013년 수구선수들의 영구제명이 풀릴 때 이사회 멤버였다. 둘 다 수영계 비리에 적발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B전무는 2004년 2월부터 작년 4월까지 수영연맹 임원선임, 실업 감독 추천, 국가대표 선발 등의 청탁 명목으로 2억 원이 넘는 돈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C감독은 작년 8월 한 고교 코치를 국제대회 조정관으로 추천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불구속 기소됐다.
전 태릉선수촌장으로 19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을 지낸 탁구 국가대표 출신 이에리사(62) 전 국회의원은 “수영연맹은 국가대표 선발 등 모든 과정이 다 투명하지 못했다. 문제 제기를 해도 접근이 어려웠다”고 쓴소리를 했다.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특정 인맥이 조직을 완전히 장악한 ‘수피아(수영+마피아)’같은 구조였다는 의미다. 몰래카메라를 찍은 고교선수들조차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서 이번 국가대표 선수촌 몰래카메라와 같은 충격적인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다. 지도자나 임원들이 이러니 선수 관리나 소양 교육이 제대로 됐겠나. 그러니 (몰카와 같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안종택(49) 수영대표팀 감독은 선수단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지고 8월31일 물러났다. 그는“감독으로서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대표팀 코치진이 선수들로부터 사실을 전해 듣고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코치들에게 재차 확인했지만 전혀 몰랐다고 하더라. 빨리 사실이 밝혀져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영대표팀은 당분간 합숙훈련을 하지 않는다. 수영연맹은 대한체육회와 협의해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면 경영대표팀을 다시 꾸려 훈련을 재개할 예정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