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총선서 집권당 과반 실패
정부 구성 실패로 ‘무정부 상태’
라호이 총리대행 신임 투표 착수
연합정부 협상 부결땐 12월 총선
정부 구성 실패로 총선을 2번이나 치르면서 8개월째 ‘무정부 상태’에 빠진 스페인이 또다시 정부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최종적으로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3차 총선까지 치러야 할 상황이라, 스페인 무정부 상태는 최소 1년 이상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스페인 하원은 31일(현지시간) 집권당인 중도 우파 국민당(PPㆍ137석)을 이끄는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대행에 대한 ‘총리 신임안’ 투표를 진행한다. 라호이 총리대행은 이날 “정부 구성 실패로 3차 총선거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며 자신이 주도하는 정부 출범에 협조해 달라고 야당에 호소했다. 그는 “무정부 상태가 스페인의 위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며 “스페인이 조롱거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노동당(PSOEㆍ85석)과 좌파 성향의 우니도스 포데모스(좌파연합과 포데모스의 연합 정당ㆍ71석)가 신임안을 거부한다는 방침이어서 의회 통과가 불투명해 보인다. 페드로 산체스 사회노동당대표는 “유권자들은 이미 라호이 정부의 부패에 지쳤다”며 라호이 총리대행의 재선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총리 신임안 통과를 위해서는 전체 의석(350석)의 과반인 176석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당은 시우다다노스(32석) 및 기타 군소 정당의 협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170석 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1차 신임 투표가 부결되면 오는 2일 2차 투표를 진행하며, 이마저도 통과되지 못하면 11월 초까지 연합 정부 구성 협상에 돌입한다. 정부 구성 실패 시 성탄절인 12월 25일 3번째 총선이 실시된다.
스페인은 1975년 민주화 이후, 국민당과 사회노동당이 30여 년 동안 서로 정권을 주고받으면서 양당 체제를 굳혀 왔다. 그러나 정치권의 부패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경제난과 청년 실업, 긴축 정책 등으로 국민의 불만이 높아졌고, 현 집권당인 국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채 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특히 신생 정당인 포데모스와 시우다다노스가 의회에 입성, 4당 체제로 재편되는 등 파격적인 정계 개편이 진행됐다. 이에 지난 6월 2차 총선을 치렀지만, 집권당이 또다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8개월째 무정부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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