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방문해 니에토 대통령 회동
새 이민 공약 나올 가능성 제기
멕시코계 주민 두고 날선 공방전
“성과 얻기보단 이벤트성” 지적도
대선 출마 초기부터 멕시코 이민자들에게 인종차별적 막말을 퍼부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31일(현지시간) 오후 멕시코를 전격 방문,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회동한다. 히스패닉계 유권자의 표심을 돌리기 위한 막판 급선회가 먹혀들지 주목된다.
트럼프는 3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했다”며 “내일 그와의 회동을 매우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 선거캠프와 멕시코 정부 사이에 트럼프의 멕시코 방문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니에토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트럼프와 함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해 멕시코 초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니에토 대통령과의 회동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트럼프 못지 않게 니에토 대통령 역시 트럼프에 날을 세워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 ‘성폭행범’이라고 표현하자, 이에 맞서 니에토 대통령은 트럼프를 독일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나 이탈리아 파시스트당 베니토 무솔리니에 비유한 바 있다.
앙숙이 되어버린 트럼프와 니에토 대통령의 만남은 트럼프가 새로운 이민관련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 이뤄져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멕시코 방문 직후인 31일 오후 6시 애리조나 주에서 ‘미국ㆍ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자를 막겠다’는 기존 공약을 구체화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트럼프의 멕시코 방문이 공약 변경의 명분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주 히스패닉계 유권자를 겨냥, 불법 이민자 추방 수준의 완화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도 이번 만남을 통해 트럼프가 멕시코와 직접 협상에 나서는 현실감각을 지닌 지도자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와 멕시코 대통령의 회동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대응 주장이 트럼프의 공화당 당내 경선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만큼 애리조나 유세에서도 완화된 정책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민정책 완화를 내놓는 순간 기존 지지자들의 대거 이탈이 우려되는 것이다.
트럼프 역시 최근에는 당초의 강경한 이민정책으로 선회한 상태다. 그는 30일 오전 트위터에서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멕시코와 맞댄) 남쪽 국경지대에 거대한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말해왔다. 훨씬 더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불법 이민자들을 막아야 한다. 수요일(연설)을 지켜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새로운 수장인 스티브 배넌도 지난달 28일 트럼프의 뉴저지 주 골프클럽에서 열린 내부모임에서 앞으로도 기존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트럼프의 멕시코 방문은 실질적 성과보다는 언론 주목을 받으려는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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