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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소통이 문제다’ 두 번째

입력
2016.08.3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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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사이 영화 세 편을 봤다. 한 편은 마음 먹고 극장에 가서 봤고, 두 편은 DMZ국제다큐영화제 측에서 영화평을 부탁해 봤다. 이 영화들을 보면서 한달 전 이 난에 썼던 소통의 문제가 다시 떠 올랐다.

극장에서 본 영화는 ‘인천상륙작전’. 나는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는 챙겨보려는 영화 팬이다. 감독, 배우를 살펴본 후 평론가들의 영화평을 챙긴 후에 가려서 본다. 그런데, 내가 보려고 마음먹은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평은 형편없었다. 입맛이 썼지만, ‘인천상륙작전’과 관련된 나만의 추억이 있기에 영화관을 찾았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나는 중2인 14세였다. 60여년 전, 그때에는 TV도 없었고 라디오도 못 듣고 신문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요즘 같은 SNS가 있을 리가 있나. 그런데도 14세 소녀였던 나는 알 것들은 알고 있었고, 모를 것들은 몰랐었다.

올여름 더위보다 더 더웠던 거 같은 그 여름 끝머리에서 나는 초조했다. 소위 인민군이라 칭하던 북한군이 남한 전역을 점령하고, 마지막에는 낙동강 이남에 손바닥만 한 땅 쪼가리만이 남아 있었다. 이 땅을 두고, 남북한 군인이 모두 기를 쓰고 싸우고 있다는 현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초조했다.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몰려 있는 나의 조국을 걱정하느라.

그때, 온 나라, 온 사람들의 관심은 낙동강 전투에 몰려 있었지, 어느 누가 이 나라 허리 깨를 불쑥 가로질러 치고 들어 올지 뉘라서 알았으랴. 나는 두고두고 이 전투에 담긴 극적인 재미에 빠져들어, 그 후로도 제2차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나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챙겨보는 재미에 빠져 지냈다.

그 날, 그러니까 인천상륙작전 영화를 보려던 날, 나는 극장을 검색하면서 조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젊은이들이 잘 가는 대형 복합영화관에서는 이 영화 상영 회수가 하루 한 두 번에 불과한데다 상영시간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집에서 떨어져 있는 대한극장을 찾아가야 했다. 상영관을 찾아들어 가서 나는 다시 한번 놀랐다. 관객들이 사이에서 나는 젊은 축에 속한다고 할 정도로, 온통 노인네 일색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영화 한 편을 놓고도 노소 좌우가 갈라지는 게 우리네 현실인가. 더불어 보면서 비판할 거는 비판도 하구,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영화평도 이념적 비판이었지, 영화에 대한 평이라고 보기 힘든 점이 적지 않았다. 예컨대 “겉멋 상륙, 작렬” “2016년 판 똘이장군” “국뽕에 기댄 졸작” 등등…. 다행히 한 편에서는 “국뽕으로 폄훼된 수작”이란 평도 있다는 거로 위로를 삼아 본다.

영화제 조직위 측에서 보라고 권했던 다큐영화 2편은 벨기에ㆍ이스라엘 합작 흑백영화 ‘남아있는 나날’(Twilight of A Life)과 노르웨이 작 ‘알바트로스’였다. 남아있는 나날은 95세 페암 말기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아들의 이야기였다. 또 알바트로스는 젊은 감독이 죽어가는 할아버지와 그 옆에서 항상 유머를 잃지 않는 할머니의 일상을 앨범처럼 찍은 영화였다. 죽어 가는 이들 옆에서 곧 세상을 떠날 사람이란 의식 없이, 평소처럼 말 하고 놀고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나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했다. 이들이야 말로 소통의 달인 같다. 남아있는 나날 속 아들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담는 알바트로스의 손자 감독의 시선에서 젊은 세대와 노년 세다 간의 간격이나 거리감 존재하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자기들이 겪은 고난을 후세들이 잊지 않도록 장막절 같은 절기에 고난 받던 지난날을 체험하는 교육을 한다. 우리도 이런 교육을 했었어야 했다. 그렇게 안 한 결과가 바로 인천상륙작전 영화관의 모습 아닐까. 서로가 공감하는 흐름은 생명을 잉태하고, 반대로 어느 한쪽으로만 흘러가면 사망으로의 가는 길이라는데, 언제까지 우리는 이러고 살아야 하나.

고광애 노년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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