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언어를 선도하는 곳은 언어학계나 문학계가 아니다. 이제는 원고지가 아니라 word processor를 활용해서 글을 쓰고, 철자나 문장 오류까지도 이들 software application이 대신 검토한다. 이미 ‘사람 vs. 컴퓨터’의 과정에서 기계가 앞서고 있고 결국 ‘인공 지능’ 얘기로 발전하고 있다. 문자 통신이 이끄는 지난 20년의 언어 발달은 과거 100년의 언어 발전보다 빠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IT 업계의 발전이 이끄는 언어 발달은 너무 빨라서 탈이고 경쟁으로 인한 싸움으로 더욱 복잡해졌다.
2008년에 Apple사가 ‘app store’라는 두 단어를 상표 등록하자 Microsoft사에서는 ‘그게 무슨 고유 상표냐, 이미 보통 명사인 두 단어를 합쳐 놓은 것뿐이다’고 반박했다. App이라는 용어는 application(응용프로그램)의 약칭으로서 1980년대 중반부터 컴퓨터 업계에서는 널리 쓰이던 보통 명사인데 이를 자기들만의 고유명사로 쓰겠다는 것은 분명 억지였다. Amazon에서 살짝 모양만 바꿔 Appstore라는 표기로 고유성을 주장하자 Apple사에서 소송을 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이제 app store든 appstore든 보통 명사 일반용어로 남았다.
물론 이런 싸움에서는 Facebook이 단연 앞서고 악명도 높다. 회사 이름을 Face와 book을 조합해 만들어 놓고 이제는 남들이 이런 흔한 이름을 모아 상표로 만들지 못하도록 소송을 내고 있다. 어떤 업체에서 Teachbook이라는 등록상표를 내세우자 압력을 가하고 Placebook이라는 여행사도 상표 때문에 곤란을 겪었다. 어떤 이름이든 -book형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Microsoft도 워드프로세서에서 Word를 내세울 때 일반 명사 word를 고유명사로 사용하겠다고 했었다. 보통 명사를 자기네 상표명으로 만드는 이 거대 기업은 Windows라는 운영 체제나 Office라는 명칭에서도 유사한 방법을 동원하였다. IT 업계나 전자 과학 분야에 등록된 상표 명칭을 보면 ‘pass hat pig crusher tom scanner now’ 등 보통명사 용어들이 마치 고유명사처럼 일부 업체에 선점되고 있다.
대다수 사람의 cultural commons(공통 자산)를 자기네 것이라고 억지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이기적이고 볼썽 사나운 일이다. 봉이 김선달의 대동강물 장사나 다름없는 information economy(정보 장사)를 하는 기업들의 요청이 하도 많아서 미국 특허청에서도 이러한 명칭 허가와 등록 심사가 5년이나 밀렸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Kodak 같은 명칭은 매우 훌륭하다. George Eastman과 그의 어머니가 anagram(철자 바꾸기) 놀이를 하다가 뭔가 새로운 명칭을 만들자는 뜻에서 ‘간명하고 발음이 쉬우며 어느 것도 닮지 않은 명칭’으로 창안한 이름이 Koda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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