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대만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취임 3개월을 맞아 천재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핵티비스트(해커 사회운동가) 탕펑(唐鳳ㆍ35ㆍ영어이름 오드리 탕)을 내각인 행정원(行政院)의 정무위원에 임명하자 국제적인 화제가 됐다. 10월 1일 정식 취임할 탕 신임 정무위원(이하 장관)은 역대 각료 중 최연소이며 유일한 중학교 중퇴 학력의 천재 해커라는 점도 뉴스거리지만, 무엇보다 사상 처음 정부 고위인사로 임명된 트랜스젠더라는 사실 때문이다. 탕 장관의 자리는 특정 업무를 추진할 때 정부 부처 간 통합과 협조를 주관하는 장관급 직책이다. 한국으로 치면 국무조정실장과 비슷하다.
미래 대만의 디지털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정부와 민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한국일보의 질문에 탕 장관은 “민간 디지털산업 사업자가 추진해야 할 구체적인 목표는 직접 세우는 게 바람직하고, 정부의 역할은 사회 내 각종 네트워크(일반시민, 정치권, 운동권 등)가 상호 교류를 정기적이고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대만과 한국 모두 인터넷이 매우 발달했지만 노년층은 상당수가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몰라 소외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말, 표정, 손짓과 글 등 오프라인 접근으로 우선 노년세대와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단계적 접근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자유롭고 개인주의적 성향인 탕 장관이 거대한 관료체계에서 다른 정부인사나 공무원들과 어떻게 어울릴지, 또 정치차원에서 자신의 이상을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탕 장관은 “자신이 신봉하는 가치는 보수적인 무정부주의”라고 답했다. 여기서 ‘무정부주의’란 “자유로운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서로 돕고 자치하고 반독재적으로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라며 “정부인사들이 내 구상을 받아들일 때까지 계속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더 좋은 대책들을 제안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부모가 모두 신문기자 출신인 탕 장관은 아이큐가 180에 달하는 수재로 여덟살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졌다. 또래들 보다 조숙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결국 14세 때 중학교를 관두고 독학을 선택한다.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해 고등학교와 대학교에도 입학하지 못했지만, 16세에 스타트업을 설립했고 ‘펄(perl)’ 같은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오픈소스 프로그래밍 언어 발전에 큰 기여를 해 IT업계에서 주목 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그 후 대만 내외의 여러 대형 IT회사의 고문으로 활동해 왔고 미국 애플의 컨설턴트로도 일했다.
단순히 산업적인 영역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정부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열린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일부 대만 IT분야 활동가들과 함께 디지털 기술로 법률, 예산, 경제지표, 정책보고서 등 각종 자료를 정리해 시각화하고 인터넷에서 공개해 왔다.
탕 장관은 2005년 트랜스젠더 수술을 받았다. 부모님들은 아들이 딸이 되겠다는 선택을 응원했다. 당시 어머니는 “그가 즐겁다면 내가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고 아버지도 “(성전환 후) 더 행복해지면 우리는 모두 지지한다” 고 말했다고 한다. 탕 자신도 “과거, 지금 그리고 미래에 여러분이 나를 여성 칭호로 불러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첸하오(楊虔豪)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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