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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인사들이 새로운 사고를 수용할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

입력
2016.08.3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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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펑 대만 장관이 지난 3월 대만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강연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탕펑 대만 장관이 지난 3월 대만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강연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8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대만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취임 3개월을 맞아 천재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핵티비스트(해커 사회운동가) 탕펑(唐鳳ㆍ35ㆍ영어이름 오드리 탕)을 내각인 행정원(行政院)의 정무위원에 임명하자 국제적인 화제가 됐다. 10월 1일 정식 취임할 탕 신임 정무위원(이하 장관)은 역대 각료 중 최연소이며 유일한 중학교 중퇴 학력의 천재 해커라는 점도 뉴스거리지만, 무엇보다 사상 처음 정부 고위인사로 임명된 트랜스젠더라는 사실 때문이다. 탕 장관의 자리는 특정 업무를 추진할 때 정부 부처 간 통합과 협조를 주관하는 장관급 직책이다. 한국으로 치면 국무조정실장과 비슷하다.

미래 대만의 디지털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정부와 민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한국일보의 질문에 탕 장관은 “민간 디지털산업 사업자가 추진해야 할 구체적인 목표는 직접 세우는 게 바람직하고, 정부의 역할은 사회 내 각종 네트워크(일반시민, 정치권, 운동권 등)가 상호 교류를 정기적이고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대만과 한국 모두 인터넷이 매우 발달했지만 노년층은 상당수가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몰라 소외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말, 표정, 손짓과 글 등 오프라인 접근으로 우선 노년세대와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단계적 접근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자유롭고 개인주의적 성향인 탕 장관이 거대한 관료체계에서 다른 정부인사나 공무원들과 어떻게 어울릴지, 또 정치차원에서 자신의 이상을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탕 장관은 “자신이 신봉하는 가치는 보수적인 무정부주의”라고 답했다. 여기서 ‘무정부주의’란 “자유로운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서로 돕고 자치하고 반독재적으로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라며 “정부인사들이 내 구상을 받아들일 때까지 계속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더 좋은 대책들을 제안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부모가 모두 신문기자 출신인 탕 장관은 아이큐가 180에 달하는 수재로 여덟살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졌다. 또래들 보다 조숙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결국 14세 때 중학교를 관두고 독학을 선택한다.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해 고등학교와 대학교에도 입학하지 못했지만, 16세에 스타트업을 설립했고 ‘펄(perl)’ 같은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오픈소스 프로그래밍 언어 발전에 큰 기여를 해 IT업계에서 주목 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그 후 대만 내외의 여러 대형 IT회사의 고문으로 활동해 왔고 미국 애플의 컨설턴트로도 일했다.

단순히 산업적인 영역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정부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열린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일부 대만 IT분야 활동가들과 함께 디지털 기술로 법률, 예산, 경제지표, 정책보고서 등 각종 자료를 정리해 시각화하고 인터넷에서 공개해 왔다.

탕 장관은 2005년 트랜스젠더 수술을 받았다. 부모님들은 아들이 딸이 되겠다는 선택을 응원했다. 당시 어머니는 “그가 즐겁다면 내가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고 아버지도 “(성전환 후) 더 행복해지면 우리는 모두 지지한다” 고 말했다고 한다. 탕 자신도 “과거, 지금 그리고 미래에 여러분이 나를 여성 칭호로 불러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첸하오(楊虔豪)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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