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외제차 거래 후 차값 5,000만원 돌려받은 혐의
사법부도 금품로비 대상 의혹 확인… 파장 클 듯
정운호(51ㆍ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으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현직 부장판사가 3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정운호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판사가 검찰에 출석한 것은 처음으로, 사법부까지 정 전 대표의 구명로비 대상이었다는 소문이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셈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이날 오전 9시 수도권 지방법원의 김모 부장판사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그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2014년 정 전 대표 소유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인 레인지로버 중고차를 시세보다 2,000만원 저렴한 약 5,000만원에 사들인 뒤, 가족 명의 계좌를 이용해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차값을 돌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 관여한 인물로 지목된 성형외과 원장 이모(52ㆍ구속)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관련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김 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 이씨 등과 함께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확인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정 전 대표가 원정도박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자 이씨가 김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정 전 대표를 선처해 달라고 담당 재판부에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을 파악하기도 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자 김 부장판사는 결국 이달 17일부터 휴직에 들어가 현재 재판 업무에선 배제된 상태다. 현직 판사가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에 출석한 것은 지난해 1월 ‘사채왕 금품수수’ 사건에 연루된 최민호 전 판사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특가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 전 판사는 지난 8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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