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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예인 보도 과연 옳은가요?

입력
2016.08.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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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엄태웅(42)이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독자로서 기사를 접한 뒤 가장 먼저 그의 가족이 떠올랐던 게 사실입니다. 그가 지난해까지 가족들과 한 육아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기 때문입니다.

피소 사실을 접한 지 불과 몇 분이 지났을까. ‘엄태웅 아내 “통화 안 할게요” 울먹’이란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기사들이 순식간에 쏟아졌습니다.

연예인이 연루된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취재하고 보도했고 그들의 사소한 동정 역시 기사화한 적이 있지만 해당 기사를 본 뒤 ‘이건 아닌데’란 생각이 스쳤습니다.

30일 표창원의원실과 언론인권센터가 공동주최해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명인 범죄보도, 무엇이 문제인가’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소위 유명인에 대한 언론의 도 넘은 보도를 한 목소리로 비판했습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범죄혐의를 받는 유명인 가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공개하거나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의 모습을 영상 등에 담아 그대로 내보내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지적했습니다. 그는 “연예인이든 재벌 총수든 유명인의 범죄보도는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면서 “실체 없는 추측성 보도는 물론 유명인의 범죄혐의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그 가족들까지 괴롭히는 보도행태는 반드시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언론의 선정적 보도행태가 비판을 받아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때마다 일부 언론은 이른바 ‘클릭수 유도’로 존재를 인정 받을 수밖에 없는 이 시대 언론환경의 절박함을 토로했고, 이도 여의치 않을 땐 ‘국민의 알권리’란 방패로 자신들을 보호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30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명인 범죄보도, 무엇이 문제인가’포럼에서 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조아름기자
30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명인 범죄보도, 무엇이 문제인가’포럼에서 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조아름기자

하지만 또 다른 토론자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의 일침은 매서웠습니다. 윤 교수는 “기자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말하는 것만큼 우스운 게 없다. 마치 식당을 찾은 손님이 자기 입으로 손님이 왕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빗대며 “저속한 호기심을 두고 국민의 알권리란 말로 포장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공인의 범죄 혐의사실 보도, 적법한가’란 주제로 발제를 맡은 법무법인 우원의 한명옥 변호사는 피소 사실만으로 연예인 등의 유명인은 물론 공직자 같은 공적 인물의 신상이 고스란히 공개되는 현실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공인이라도 구속영장 발부나 자백 등 객관적인 근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신상공개는 지극히 제한돼야 한다”며 “보도가 갖는 광범위한 전파력 때문에 추후 무혐의가 나올 경우 정정보도 등의 피해구제만으로는 충분한 명예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언론사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언론의 보도행태를 바라보는 외부의 비판적 시선에 100% 공감했던 건 아닙니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언론인의 특권이자 의무를 활용해 독자들에게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몸으로 실천하려는 언론인들이 아직은 훨씬 많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이 생산하는 기사를 소비하면서도 연예인의 사생활을 취재하거나 이들의 각종 추문을 보도하는 매체들을 싸잡아 ‘찌라시’라고 매도하는 일각의 의견도 이율배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 보도해야 하는가’란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일부 언론의 선정적이고 도 넘은 보도를 보고 있자면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됩니다. 성범죄 혐의를 받은 유명배우의 아내가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던 SNS를 폐쇄하지 않았다는 게 뉴스가 되는 이 현실이 계속되는 한 이 한숨은 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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