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ㆍ수학 부담 큰 숙제 없애고
학교서 놀이 중심으로 수업 재편
저학년 전문담임ㆍ연임제도 도입
“부모 숙제 없어져 바람직한 방향
일부 교사 재량권 침해 느낄수도”
내년 1학기부터 서울 지역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숙제 걱정 없이 학교에 갈 수 있게 된다. 학습 부담이 큰 한글과 수학 과목은 놀이 중심 수업으로 재편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한글과 수학을 기초부터 학교에서 가르치고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숙제를 전면 폐지하는 ‘초 1, 2 안성(안정과 성장)맞춤 학년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받아쓰기 열 번 연습해오기 ▦동화책 읽고 독서록 쓰기 ▦수학익힘책 풀고 채점 해오기처럼 그간 저학년 학생에게 학습 부담을 줬던 숙제가 없어진다.
다만 교사 자율권 침해 우려를 감안해 숙제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 대신 ‘반복적 과제나 도저히 스스로 할 수 없는 숙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범위를 한정했다. 숙제를 못 해 온 학생에게 벌점을 주는 등 숙제 수행 여부에 따라 학생을 차별하는 것도 금지한다. 한글과 수학의 놀이 중심 수업은 12월 정책연구가 끝나는 대로 일선 초등학교에 교사용 지도서를 배포한 뒤 교사 연수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학생의 정서적 안정을 높이기 위해 ‘초등학교 1, 2학년 전문담임제’와 ‘초등학교 1, 2학년 연임제’도 도입한다. 전문담임제는 저학년 담임 및 지도 경험이 많은 교사를 중심으로 저학년에 전문성이 있는 교사를 확보해 1, 2학년에 배치하는 게 골자다. 연임제는 학생의 개별적 성향을 자세히 파악해 지도할 수 있도록 1학년 담임 교사가 2학년까지 연달아 맡게 하는 제도다. 현재 9, 10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협력교사제(국어 수학 시간에 보조 강사가 학생 맞춤지도)도 예산을 확보해 확대하기로 했다.
정책이 현장에 안착하려면 교사 학부모의 충분한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게 학교 안팎의 지적이다. 서인석 송중초등학교 부장교사는 “체험학습 보고서, 그림 그리기, 가정학습 숙제를 내주면 결국 모두 부모들의 숙제가 된다는 건 교사들도 알고 있던 사실”이라면서도 “숙제 폐지를 재량권 침해로 느끼는 교사들도 적지 않은 만큼 정책 취지와 효과를 교사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설득해내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봉현경(42)씨는 “선행학습 없이 딸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학교 생활 적응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받아쓰기, 독서기록 숙제까지 하게 돼 더 힘들어했다”며 “‘가고 싶은 즐거운 학교’를 만든다는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임제의 취지는 좋지만 교사와 관계가 어려워진 경우 반을 바꿀 수 있게 하고, 저학년 학급당 인원 수를 줄여 교사 부담을 줄여주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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