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트연방 붕괴 직후인 1991년부터 25년 동안 장기집권해온 이슬람 카리모프(78)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뇌출혈로 쓰러진 후 치료를 받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실과 러시아 측은 카리모프의 사망설을 부인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우즈벡 현지 통신 페르가나루는 “27일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입원치료를 받던 카리모프 대통령이 29일 오후 3시 35분 숨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우즈벡 대통령 행정실 관계자와 러시아 언론들은 “카리모프 대통령은 현재 입원 중이며 상태는 안정적이다”라며 서거를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도 “카리모프 대통령의 상태를 확인하는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1989년 소련 공산당의 우즈베키스탄 제1서기를 거쳐 이듬해 최고회의 간선을 통해 소련내 우즈베키스탄 공화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카리모프는 1991년 11월 직선제로 독립 우즈베키스탄의 초대 대통령에 선출됐다. 그는 이후 수차례의 개헌과 불공정 투표를 통한 임기연장으로 현재까지 권좌를 지켜와 현대사를 대표하는 독재 정치인 중 한명으로 꼽힌다. 카리모프의 우즈벡 정부는 폭압적인 독재 정권으로 악명이 높다. 그는 언론인을 탄압하거나 투옥하고 야당의 정치활동을 사실상 차단하며 25년 동안 정권을 지탱해왔다. 2005년에는 동부 안디잔에서 발발한 반정부 시위에 군대를 투입, 어린이와 여성 등 시민 수백명을 학살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 등 서방언론들은 카리모프 대통령의 사망설에 대해 “서거가 확실시될 경우 지도부간 권력다툼으로 우즈베키스탄은 대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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