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900회까지 방송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박소현 씨의 공입니다. 보통 여자 MC는 결혼도 해야 하고 신혼여행도 가야 하는데, 박소현 씨가 시집을 안 가준 덕분에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웃음). 남녀 MC 최장 진행 기록을 같이 세워 영광입니다.”
30일 오후 서울 목동 SBS방송센터에서 열린 SBS 교양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MC 임성훈(67)은 박소현(46)과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해 온 소감을 웃으며 전했다. 이 둘은 무려 18년 동안 호흡을 맞춰 왔다. 두 명의 남녀 진행자가 한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 한 경우는 한국방송 역사상 최초다. 박소현은 “시청자들의 제보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서 기쁘고, 제가 이 프로그램의 MC라는 게 너무 행복하다”며 “1,000회 기록까지도 아이를 낳는 기분으로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세상에 이런 일이’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신기하고 특별한 사연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는 SBS의 대표 장수프로그램이다. 1998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로 소개된 사연만 4,000건이 넘고, 시청자의 제보는 5만5,000건에 달한다. 몇몇 사연은 한국사회에 큰 화제를 몰고 오며 시청자들을 감동에 빠뜨리기도 했다. 올가미가 목을 조여와 죽어가던 개 누렁이를 구조했던 ‘누렁이 구조작전’ 편과 지적 장애를 가졌지만 어머니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달린다는 효자 ‘맨발의 기봉이’편이 대표적이다. 성형중독에 빠져 일그러진 얼굴을 갖게 된 여성이 중독을 이겨내고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다룬 ‘잃어버린 얼굴’ 편은 국제필름 페스티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라 할 법한 사연은 처음 방송을 시작한 뒤로 단 한 번의 대타 없이 계속 진행을 맡고 있는 두 MC의 끈기와 정성일지도 모른다. 18년의 세월을 시청자들과 함께 늙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성훈은 “방송에 소개되는 분들의 훌륭한 삶을 보고 느끼는 바가 많다. 성격이 급한 편이었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굉장히 마음이 차분해졌다”며 오랜 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느낀 변화를 밝혔다.
박소현은 “보통 방송을 하면 기운이 많이 빠지는데 여기서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다”며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하는, 사회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가치관을 심어준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요즘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많지만, 그런 와중에 훈훈함과 정겨움을 전하는 진행자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역대 출연자들의 새로운 도전을 소개하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900회 특집은 내달 1일 방송된다.
정우진 인턴기자(연세대 사회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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