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한증(恐韓症)’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중국축구대표팀이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한국 도착 후 첫 훈련을 소화했다. 중국은 다음 달 1일 열리는 한국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위해 전날인 29일 전세기편으로 입국했다.
한국은 중국과 상대 전적에서 17승12무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다. 공한증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원정을 어느 때보다 철저히 준비했다. 체력 향상을 위해 고지대 쿤밍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했고 자국 슈퍼리그 일정도 미루고 대표팀을 조기 소집했다. 승리수당과 복지도 대폭 강화했다. 중국에서는 이번이 ‘타도한국’의 적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미디어를 통해 전해 들은 분위기는 약간 달랐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번 경기 취재 신청을 한 중국 기자는 사진 40명, 취재 60명 등 100여 명에 이른다. 이 중 30~40명의 중국 기자들이 이날 훈련장에 왔다. 이들은 한국에서 이번 경기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 지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광저우 이브닝 뉴스 린 판 번지엔 기자는 통역을 대동하고 와 한국 기자들에게 “중국은 연일 한중전 기사로 도배되고 있다. 한국 언론은 어떠냐” “한국이 중국을 쉽게 이긴다는 보도가 많은 것 같은데 사실이냐” “중국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경기 스코어를 어떻게 예상하느냐” 등을 쉴 새 없이 물었다.
이 기자에 따르면 중국은 여전히 한국을 넘기 힘든 벽으로 여기고 있는 듯했다. 한중 클럽이 맞붙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K리그가 슈퍼리그 팀들을 버거워 하고 있지만 번지엔 기자는 “그건 어디까지나 프로축구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대표팀 축구는 한국에 비해 실력이 많이 떨어진다. 비기기만 해도 다행이다”라고 인정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양국 관계가 냉각된 것에 대해 묻자 “비자 발급 절차가 굉장히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중국대표팀은 예정된 오후 4시30분보다 15분 늦은 4시45분경 훈련장에 도착했다. 전체적으로 차분했다. 심박수를 체크하기 위해서인지 중국 선수들은 모두 가슴에 측정기를 차고 있었다. 이날 훈련은 초반 15분만 공개했다. 선수들이 삼삼오오 몸을 푼 뒤 5시가 되자 중국은 미디어와 일반 팬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중국은 극도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온 중국 선수는 25명. 최종예선 엔트리는 23명이지만 2명을 더 소집했다. 31일 훈련까지 마치고 나서 최종 명단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전력분석 차원에서 중국 선수들의 명단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중국 측에서 거부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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