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4~5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북한 핵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등 한반도를 둘러싼 민감한 안보현안들이 폭넓게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일본ㆍ러시아ㆍ유럽연합(EU) 등이 다방면의 양자회담을 통해 상호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어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을 두고 갈등해온 미국과 중국의 정상은 G20 정상회의 개막 전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양자회담을 갖는다. 벤 로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오후와 저녁에 양자회담 일정을 진행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와 기후변화 분야에서 이룬 진전, 이란 (핵)협상을 통해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했던 공통된 노력, 한반도에서의 상황에 대한 공동우려 등을 양자회담에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로즈 부보좌관은 특히 “중국이 사드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드 의제화를 기정사실화한 뒤 “북한이 탄도미사일 능력과 핵무기 개발 계획을 진전시키는 한 우리 자신과 동맹국을 지키기 위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 경우 중국도 사드 배치가 자국의 핵심안보이익을 훼손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미국과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그러나 설령 남ㆍ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까지 논제가 확장되더라도 갈등을 전면화하는 대신 경제ㆍ환경분야 등의 협력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일본과 러시아를 주요 파트너로 한 양자회담에서도 상대를 압박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이미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을 빌미로 미국과의 군사ㆍ안보동맹을 강화함으로써 사실상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지향해왔다. 유럽에서 서방국가들과 맞서고 있는 러시아는 중국과의 밀착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 모두에서 발언권을 높이려 하고 있다. 한국과 북한이 직접 끼어들지 않더라도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뚜렷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경제분야에서도 중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을 축으로 한 미국 중심의 세계금융질서 개편을 강력 요구할 경우 미중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다만 세계경제의 장치 침체를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양측 모두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국들이 파리 기후변화협약 비준에 속도를 내는 등 환경분야 등에선 눈에 띄는 진전도 예상된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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