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책 미흡” 돌직구 던지며 “한은도 연구 강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우리 경제가 당면한 위험 가운데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는 가장 풀기 어려운 과제인데 정부 대책은 미흡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정부와 사회를 향해 또 다른 화두를 던진 셈이다. 그는 “한은도 관련 연구를 강화해 정부, 학계와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최근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위해 방한한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Fitch)사 협의단과의 면담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피치가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인구 고령화 등을 지적했지만 이 중 인구 고령화 문제는 어떻게 보면 가계부채나 미국 금리인상보다 훨씬 풀어 나가기가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도 줄어들 전망을 감안하면 대책이 시급하지만 그간 정부의 대책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저출산 문제는 지금 대책을 세워도 효과는 20, 30년 뒤에 나타나는 만큼 장기적 시야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정부가 바뀌더라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저출산 전담 장관직까지 신설한 일본의 노력까지 언급하며 “한은도 앞으로 저출산ㆍ고령화 연구를 강화해 결과를 토대로 정부, 학계와 진지하게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통상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한은 총재는 정부 정책에 의견을 표명하는 일이 드물지만 최근 이 총재는 이례적으로 경제 현안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작년부터 “불경기 탈출은 통화정책 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데 이어, 이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선 “정부가 여러 가계부채 억제 조치를 내놨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가계부채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며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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