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일년에 한번 오는 사람 아니에요. 수시로 올게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7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흰색 운동화 차림의 수수한 모습이었습니다. 당 대표나 대선후보들이 으레 찾는 민생 탐방의 단골메뉴인 시장 방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추 대표는 이날 청과물, 건어물, 육류 등의 도매 상가를 30여분간 쭉 돌며 시장 상인들을 만나 격려하고 애로 사항을 들었습니다. 추 대표는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대박 나세요” “힘내세요” 등등 응원 메시지도 잊지 않았습니다. 굴비 오징어 등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새우젓도 시식하며 추석 명절을 앞둔 재래시장 살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특히 한 과일 가게에 들러 참외를 집어 든 추 대표는 옆에 있던 누군가가 “성주 참외입니다”라고 하자 이에 호응하듯 “참외는 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을 두고 사드 배치 반대 당론화 입장을 밝힌 추 대표가 다시 한번 사드 배치에 관한 부정적 입장을 에둘러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다만 추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민생은 민생이고, 사드는 사드”라며 민생?정치 현안을 나눠서 다루겠다는 ‘투 트랙 전략’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추 대표를 바라보는 상인들의 표정은 엇갈렸습니다. 당장은 유력 정치인이 와서 악수를 건네니 반가워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지만, 심드렁한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35년 동안 건어물 상회를 운영했다는 박은순(65)씨는 “지금 봐라. 손님 한 명 찾아볼 수 없는데, 야당 대표고 누구고 하나도 반갑지 않다. 지금 이렇게 오는 것도 다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실제 이날 추 대표가 가락시장을 찾은 시간에 일반 손님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추 대표가 떠난 자리에 먹고 살기 힘들다는 상인들의 하소연만 남았을 뿐이었습니다.
곧바로 이어진 7,000원짜리 설렁탕 메뉴의 아침 식사자리에서 상인 대표들은 가락시장 현대화의 차질 없는 추진 등을 주문하며 이번 방문이 보여주기 식 일회성 쇼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석록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 회장은 더민주 지도부에게 “대표님 이하 관계자들이 방문만 하면 안 된다”며 “비서실장께서 시장에서 계속 ‘추 대표가 왔다’고 외치는데 그 일만 하면 안 된다. 그런 말을 안 해도 추 대표는 모두가 알아본다”고 쓴 소리를 했습니다.
민생을 돌본다는 것은 반드시 정치적 이벤트로 시장 등 민생 현장을 찾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장을 보기 위해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단골 슈퍼마켓을 찾았던 독일 메르켈 총리처럼, 추 대표도 서민들의 눈높이에서 민생을 찾겠다는 마음을 염두에 뒀으면 합니다. 추 대표 역시 정치 입문 이후에도 손수 장을 봐 왔고, 당 대표 취임 이후에도 이 같은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하니 다행입니다.
“일년에 한번씩은 오셔서 민심을 들어달라”는 상인들의 요청에 “수시로 오겠다”고 약속한 추 대표. 꼭 이날 찾은 가락시장이 아니라도 민생 현장 어디든 찾아가 서민의 아픔을 보듬겠다는 추 대표 스스로의 다짐이 지켜졌으면 합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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