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에 이어 러시아로 추정되는 해커가 일리노이와 애리조나 주 선거당국 전산망에 침입,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착수했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11월 미국 대선을 관장하는 주 정부 시스템까지 뚫리면서 미ㆍ러간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29일 워싱턴포스트와 야후뉴스에 따르면 FBI는 지난 18일 각 주 선관위에 보낸 공문에서 “이번 여름, 2개 주 선관위 홈페이지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수사하고 있다”며 해킹 경보를 발령하고, 사이버 보안 강화를 주문했다. FBI는 2개 주의 명칭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야후 뉴스는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일리노이와 애리조나 주 선관위가 공격을 받았으며, 특히 일리노이에서는 유권자 2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해킹사태는 지난달 DNC와 이달 중순 워싱턴포스트(WP) 해킹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정보 조직과 연계된 해커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NBC 방송은 정보 당국자를 인용, “2개 주 선관위 해킹 배후에 미 대선을 방해하려는 러시아 정보조직이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가 미 대선 과정에 불확실성을 심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해킹 피해를 본 일리노이 주 선관위의 켄 멘젤 자문위원은 FBI와 접촉한 후 “FBI는 이번 사건을 외국 해커의 소행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DNC 해킹사건과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FBI는 이미 DNC 내부 이메일 유출 사건을 러시아 해커들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미 정보 당국은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직접 관여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과 언론사에 이어 선거관리 당국 정보까지 유출됨에 따라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을 러시아가 조작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해커가 훔친 자료를 이용해 혼란을 조장할 경우 대선 결과에 대한 불신까지도 초래할 수 있어 해킹 사건의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대선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조작될 수 있다는 주장을 거듭 내놓고 있다. 또 최근에는 트럼프 지지자 절반이 대선에서 개표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한다는 설문 조사도 나온 상태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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