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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근대 여성소설가 김명순을 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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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근대 여성소설가 김명순을 조명하다

입력
2016.08.3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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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은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라는 이유만으로 문단과 사회로부터 전방위적 공격을 받았습니다. 기생의 딸, 성폭력 피해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일본의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친 탄실의 삶을 복원하기 위해 소설가의 욕심을 버리고 최대한 사실에 중점을 뒀습니다.”

소설가 김별아가 탄실 김명순 120주년을 기념해 그의 삶을 재조명한 소설 ‘탄실’(해냄)을 냈다. 작가는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못 쓰면 다른 작가에게라도 쓰라고 권하던 소재”라며 “집필 내내 김명순이 받았던 공격을 내가 받았다고 생각하면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1896년 평양의 거상 김희경과 기생 출신 첩 산월 사이에서 태어난 김명순은 신식교육을 받은 당대의 흔치 않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빚더미만 남긴 채 세상을 뜨고 무일푼으로 경성에 온 그는 문예지 ‘창조’의 첫 여성 동인이자 매일신보 기자로 남성중심사회에서 꿋꿋하게 활동했다. 여성작가로는 처음 소설집 ‘생명의 과실’(1925)을 비롯해 소설 23편, 시 107편, 평론, 희곡 등 여러 작품을 남겼지만 남성 작가와 비평가들의 인신공격적 비난을 받으며 문단에서 따돌림 당했다.

김별아 작가는 “당시 탄실에 대한 공격은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며 “김기진, 김동인 등이 그를 문란하고 타락한 여자라고 비난했지만 실제로 그의 연애 상대는 겨우 3명”이라고 말했다. “탄실은 나혜석, 김원주와 묶여 자유연애주의자로 불리지만 그의 자전적 기록을 보면 대단히 보수적인 성향이 드러난다”며 “그러나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기회가 없었고 결국 문학사에서 삭제되다시피 했다”고 덧붙였다.

‘미실’,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등 과거 인물 중 특히 여성을 소설화해온 작가는 최근 여성혐오 화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내가 등단한 23년 전만 해도 여성 작가들의 위치가 김명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그게 바뀐 건 1990년대 여성 작가들의 책이 팔리면서부터”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왜’라고 묻는 기능이 마비됐습니다. 기성세대와 비교할 때 젊은 남성들의 상실감이 이해 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그들이 한국이 완전한 남녀평등국가라고 굳게 믿는 것에 충격 받았습니다. 분노하는 여성들에게 화부터 낼 일이 아니라 ‘왜’라고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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