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범행 결론 9년 만에 검거
무기징역 공범이 배신감에 실토
2007년 30대 남성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났던 인천 호프집 여주인 강도살인 사건의 숨겨진 주범이 9년 만에 검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자수해 무기 징역을 선고 받고 현재까지 수감 중인 공범이 심경 변화를 일으켜 주범의 존재를 실토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인천지검 강력부(부장 박상진)는 강도살인 혐의로 건설 일용직 노동자 A(45)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07년 5월 21일 오전 1시 30분쯤 경기 시흥시 월곶동 한 공터에서 B(45ㆍ수감 중)씨와 함께 평소 친분이 있던 호프집 여주인 C(당시 42세)씨를 때려 신용카드를 빼앗고 흉기로 목 부위를 2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같은 날 오전 2시 24분쯤 C씨에게 빼앗은 신용카드로 560만원을 인출했다. 약 1시간 30분 뒤인 이날 오전 4시쯤에는 인천 남구 용현동 수봉공원 주차장으로 이동해 지문 등 증거 인멸을 위해 C씨 차량에 불을 질렀다. 당시 차량에는 C씨의 시신도 있었다.
이 사건은 당초 B씨의 단독 범행으로 종결됐다. 당시 경찰은 C씨 사체가 발견된 지 열흘 만에 탐문수사를 하다 B씨가 편의점에서 C씨의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 경찰 포위망이 좁혀오자 B씨는 사흘 뒤 자수했다. B씨는 단독 범행임을 주장했다. 자신이 용의자로 특정돼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주범 A씨로부터 옥바라지를 약속 받고 혼자서 총대를 메기로 했던 것이다.
B씨는 그 해 6월 15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같은 해 10월 25일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그는 9년 뒤인 지난 5월 3일 부산교도소에서 검찰에 편지 한 장을 보냈다. 편지에는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어 사건의 진상과 공범에 관한 것까지 자백하고자 한다’고 적혀 있었다. B씨는 수감된 지 2년 만에 연락을 끊어버린 A씨에 대한 배신감과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우울증 등을 겪어오다 뒤늦게 사건의 진상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고 사건 기록 검토 과정에서 B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기에 미심쩍은 정황을 다수 발견했다. 특별한 친분관계가 없던 A씨가 B씨가 교도소에 수감되자 2년간 200만원의 영치금을 넣어주는 등 옥바라지를 한 사실도 확인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는 B씨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는 통합심리분석 결과도 내놨다. 결국 A씨는 사건 발생 3,377일 만인 지난 17일 체포됐다. 그러나 검찰은 특수절도 및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사체 손괴 등 혐의는 각각 5~7년의 공소시효가 모두 만료돼 A씨에게 적용하지 못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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