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 “전력화 검토”
사실상 무제한 잠항 가능, 北 SLBM 탐지 전력 강화
“이론 기술적 측면서 여력 충분”
국제사회, 농축 우라늄 연료 핵무기 전용할 수 있어 민감
美 주도 비확산 체제 거스르고 日ㆍ中ㆍ러 군비확산 명분 우려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이 가시화하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원자력추진잠수함(핵잠수함) 개발론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일단 물속으로 들어가면 탐지가 어려운 잠수함의 특성상 잠항 지속 능력을 키우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 잠수함의 연료인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선 사실상 원자력 이용의 통제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해 정부의 결심만으로는 핵잠수함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반발 가능성도 크다.
핵잠수함이 북한 SLBM 전력의 대응전력으로 주목 받는 것은 핵잠수함의 뛰어난 잠항능력 때문이다. 기존의 디젤 잠수함은 축전지 충전용 산소 공급을 위해 하루 2~3차례 물 밖으로 부상(浮上)해야 한다. 산소를 자체 생산하는 개량형 디젤잠수함도 최대 잠항기간이 보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핵잠수함은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잠항할 수 있는데다, 디젤잠수함의 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빨라 북한 잠수함을 탐지 추적 할 수 있는 대응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리 군도 이 같은 능력을 갖춘 핵잠수함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제는 핵 잠수함의 연료가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어 국제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농축 우라늄이라는 점이다. 핵 잠수함은 20% 안팎의 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지만, 우리 정부는 한미원자력협정으로 인해 우라늄 농축 시설이나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 지난해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으로 한국이 20%까지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평화적 이용으로 제한돼 있는데다 이마저도 미국과의 합의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나 러시아에서 재처리 시설을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오지만,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농축 우라늄을 미국 등 해외로부터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도 쉽지 않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농축 우라늄 등 핵연료 확산 방지 방침을 갖고 있어 미국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비확산 체제를 거스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동북아 군비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흐름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은 주변국들의 군비 확산 명분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가 정부의 기본 입장인 상황에서 핵잠수함 개발은 핵무기 개발로 비쳐질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일본의 핵 무장론을 자극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군비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는 2003년 4,000톤급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계획을 비밀리에 추진했지만, 이 사실이 공개되자 곧바로 중단한 바 있다. 당시로서도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이 국제사회에서 얼마만큼 민감한 이슈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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