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직지 파빌리온' 만든 英 론 아라드

'금빛 씨앗'을 주제로 올해 처음 열리는 제1회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영국의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 론 아라드. 직지코리아 제공

“저는 유럽에서 구텐베르크를 기념하며 자랐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야 여기 봐, 우리가 있어’라고 직지가 말을 건 겁니다.”

영국왕립예술학교 학장이자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꼽히는 론 아라드(65)는 9월 1일부터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직지코리아) 개막을 앞두고 한국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상징하는 ‘금빛 씨앗’이라는 주제가 직지를 재조명하려는 이 시점에 매우 적합한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라드는 현존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의 제본 형태인 선장본에 영감을 받아 옛 책을 엎어놓은 형태의 ‘직지 파빌리온’으로 주제전시에 참여한다.

론 아라드가 지난 2월부터 제작한 모듈 형태의 '직지 파빌리온' 조감도. 축제 기간 강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여기서 펼쳐진 뒤 청주시가 소장한다. 직지코리아 제공

작품 제작은 김승민 수석큐레이터가 ‘기념비적인 전시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월부터 제작을 시작한 ‘직지 파빌리온’은 높이 12m, 넓이 64의 대형 설치작품으로 모듈 형식이어서 설치와 해체가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아라드는 “금속활자의 기본구조(조립형)를 담아내면서 동시에 책의 의미를 부각시킬 수 있기를 바랐다”며 “직지에서 받은 영감을 최대한 작품에 활용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뼈대가 되는 금속 파트도 직지의 재료에 착안했다.

“어떤 문제에 심각하게 접근하는 편은 아니다”라는 아라드는 “책을 가지고 놀면서 어떻게 하면 가장 직지 페스티벌에 맞는 구조물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엎어 놓으면 나타나는 지붕 모양이 마치 한자 사람 인(人) 형태로 보이지 않냐”며 “이곳에서 책과 사람이 만나 다양한 소통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직지 파빌리온’에서는 축제 기간 강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직지 파빌리온’의 표지는 대형 광고지 인쇄기법으로 제작됐다. “처음 열리는 국제 행사인 만큼 동서양을 아우르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는 아라드는 ‘직지 파빌리온’에 영감을 준 금속활자부터 타자기 등 인쇄의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표지 위에 펼쳤다. 그는 “앞으로 때와 장소에 맞게 변하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며 “어딘가에 재설치될 때마다 다른 작가들이 작품을 새롭게 바꾸는 데 참여한다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지 파빌리온’은 직지코리아 행사가 끝난 뒤 청주시가 소장ㆍ활용할 예정이다.

“런던에 있을 때도 마치 작업 현장에 있는 것 같았다”고 말할 만큼 이번 작품 제작에 푹 빠졌던 아라드는 9월 3일 행사장에서 강연에도 나선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의 창조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돼 올해 처음 열리는 이번 직지 페스티벌 전시에는 11개국 35개 팀이 참여한다. 전시 뿐만 아니라 8일까지 충북 청주 예술의전당과 고인쇄박물관 일대에서 공연ㆍ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함께 마련됐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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