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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인격과 신격

입력
2016.08.3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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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를 살았던 독일의 신비주의자 에크하르트는 “나의 눈과 신의 눈은 하나의 동일한 눈이다”라고 말했다. 15세기를 살았던 독일의 철학자 쿠자누스 역시 비슷한 의미가 담긴 말을 했다. “내가 볼 때, 그리고 나를 볼 때, 내 안에서 나를 보는 것은 신이다!”라고. 이들의 생각은 인간의 삶에 큰 프레임을 갖게 하고, 존재감을 상승시킨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가 벤치에서는 날마다 한 남자가 앉아 술을 마신다. 가끔 술친구가 있긴 하지만, 그는 대부분 혼자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술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짐작할 뿐이다. 그는 심성이 나쁜 사람은 아닌 듯하고, 얼마 전까지 직장에 다닌 듯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인 듯하다. 그가 앉아 있는 곳 바로 앞에는 마을버스가 서는 편의점이 있고, 편의점 앞길은 구민체육센터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곳을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많다. 어느 날, 그곳에서 그의 절규가 쩌렁쩌렁 울렸다. “인간을 관리하겠다고 나섰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게 아니야! 관리하겠다고 스스로 나서놓고 무책임하게 있는 신이라는 네놈이 개새끼 아니냐구! 스스로 한 약속도 안 지키는 놈이 뭔 소리가 그렇게 번지르르하고 길어! 너 이 새끼야, 한 말씀 그만하고 책임지고 인간이나 잘 관리를 하라구, 관리를!” 인간은 신에게 인격을 바라고, 신은 인간에게 신격을 바란다. 쌍방이 바랄 만한 것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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