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국무장관 “새 시대 열릴 것”
단교 65년 만에 수교 협상 인정
주교 임명권ㆍ대만 관계 등 걸림돌
대만 “우리와 수교 유지해야” 반발
가톨릭 교황국인 바티칸이 단교 65년만에 중국과 정식 외교 관계 수립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국도 “바티칸과의 관계개선을 기대한다”고 화답한 가운데 불똥은 대만으로 튀는 분위기다. 바티칸이 중국과 수교를 한다면 대만과 단교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티칸 외교를 총괄하는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바티칸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다”면서 “바티칸-중국의 관계개선은 중국 내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공자의 나라’ 중국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다음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양측의 대화채널을 통한 접촉은 원활하고 효과적”이라며 “바티칸과 관계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진전을 얻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도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바티칸이 대만 정부를 인정하자 중국은 1951년 단교를 선언했다. 이후 바티칸과 중국은 외교적 관계가 없다. 대신 중국 정부는 1957년 ‘천주교 애국회’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주교를 임명해 가톨릭 신도를 관리했다. 이에 중국 천주교는 천주교 애국회 소속 신도와 교황청을 따르는 비공식 신도로 나뉜 상태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3월 즉위한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중국 최대 명절 춘제(春節)를 앞두고 중국 국민과 시진핑 주석에게 새해 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역대 교황 중 중국 지도자에게 새해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다.
양자 관계 개선을 통해 바티칸은 중국 내 교세를 확장할 수 있고 천주교인에 대한 박해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천주교 애국회는 신도 수를 600만 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외국 종교 전문가들은 “2,000만 명 이상이 비밀 예배를 드리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중국도 인권ㆍ종교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해 가는 한편, 대만을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시킬 수 있다.
관건은 중국 정부가 교황청-중국 가톨릭 관계를 어느 정도 허용할지에 달려 있다. 교황청이 중국 내 ‘주교 임명권’을 고집한다면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칠 수 있다. 중국은 그간 “교황청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수 차례 강조해 왔다.
대만의 태도도 주목된다. 바티칸이 중국과 수교할 경우 ‘하나의 중국’을 고수하는 중국이 바티칸에 대만과의 단교를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화춘잉 대변인은 “관련 원칙을 토대로 바티칸과 건설적인 대화를 진해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관련원칙은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대만과의 단교가 전제조건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럴 경우 외교 고립 위기에 놓인 대만은 반발할 수 있다. 대만은 현재 바티칸 등 22개국과 국교를 맺고 있는데, 이중 파라과이, 온두라스 등 가톨릭 국가들은 바티칸의 단교 결정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천젠런(陣建仁) 부총통이 내달 4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테레사 수녀 시성식에 참석하고 교황청 고위 관리들과의 면담 일정을 잡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즈중(吳志中) 대만 외교차관은 “바티칸과 중국의 수교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대만의 외교적 입장은 바티칸과 대만이 정식 수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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