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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주체 되니 시민 참여도 효과도 쑥쑥

입력
2016.08.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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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에너지 정책 주체

중앙정부→지자체 바뀌는 추세

‘탄소제로’ UAE 마스다르 대표적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도 성과

전력사용량 3년만에 4% 감소

같은 기간 전국 사용량은 늘어

영국의 친환경 주거단지 베드제드. By Tom Chance from Peckham - flickr: BedZED, CC BY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1884918
영국의 친환경 주거단지 베드제드. By Tom Chance from Peckham - flickr: BedZED, CC BY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1884918
서울시는 서남물재생센터의 유휴지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전력 자립도를 꾸준히 높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서남물재생센터의 유휴지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전력 자립도를 꾸준히 높이고 있다. 서울시 제공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남동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중소도시 아메르스포르트. 이곳에는 거주 가구 전체가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사용하는 친환경 주거단지 뉴란트가 있다. 뉴란트를 처음 방문하면 다양한 디자인의 태양광 주택이 늘어선 모습에 한 번 놀라고,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 에너지를 쓰는 까닭에 유난히 맑게 느껴지는 공기에 또 한 번 놀란다고 한다. 뉴란트는 학교와 관공서는 물론 모든 주택 지붕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한 덕분에 주민들이 공공요금을 내지 않는다.

영국 런던 남쪽 서튼 자치구의 작은 도시 베드제드는 영국 최초이자 가장 큰 규모의 탄소제로 주거단지다. 베드제드의 중요한 특징은 탄소배출을 하지 않도록 한 건축설계다. 남향에 자연광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설계 덕분에 낮 동안 모인 태양열로 전력과 열의 상당부분을 해결한다. 주민들은 단지 내에서 자체 생산한 재생에너지로 자급자족하도록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꿨다.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전기 자동차를 갖춰 놓고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쓴다. 직접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는 주민도 상당수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에너지 정책과 소비 패턴의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 오랜 기간 에너지 문제는 중앙정부 책임으로 인식돼 지역의 역할과 권한이 거의 없었고, 자연히 시민 참여 기회도 많이 열려 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중앙 정부가 독점하던 에너지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차원의 에너지 전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에너지 자립 도시 확산에는 여러 배경이 있다. 우선 중앙집중형 에너지 체계는 자연재해, 테러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또 에너지 공급 지역과 최종 수요지가 분리되고 송전선로가 장거리화화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자주 목격하게 됐다.

이렇다 보니 아랍에미리트 마스다르처럼 기획 단계부터 ‘탄소제로 도시’를 표방하는 사례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마스다르는 아랍어로 자원(resources)이라는 뜻이다. 도시 자체가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새로운 에너지 자원이 된다는 의미인 셈이다. 전체 면적 6.5㎢쯤으로 여의도 면적(8.35㎢)의 4분의 3 정도 크기인 이 도시는 100% 신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탄소제로(Carbon-Free) 도시를 선언했다. 모든 건물 지붕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는 방문 차량이라 해도 운행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총 20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입해 2025년 완공한다는 목표다.

국내에서도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을 분산형으로 전환하고 지역의 권한과 책임, 그리고 시민참여도를 높이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서울은 외국과 비교해 지리적, 정치사회적으로 불리한 조건이지만 시민참여형 에너지 정책 ‘원전하나줄이기’를 통해 에너지 자립도시 기반을 착실히 다져 나가고 있다. 에너지 자립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유럽 등지 도시들은 서울과 비교해 태양광 외에도 수력,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하고 중앙정부도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 원자력발전소 1기분의 에너지인 200만TOE(석유환산톤ㆍ1TOE는 석유 1톤을 태울 때 생기는 에너지)을을 절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원전하나줄이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사업 성과는 전력ㆍ가스ㆍ석유 등 서울의 에너지 사용량 감소 사실에서 확인된다. 2014년 서울의 전력 사용량은 4만5,019GWh(기가와트=와트의 10억배)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 전인 2011년(4만6,903GWh)과 비교해 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전력 사용량은 4.9% 늘었고, 서울과 에너지 소비구조가 유사한 대구(0.2%), 광주(1.9%), 대전(0.5%)의 전력 소비량은 모두 증가했다.

그밖에 경기도는 29.6%인 전력 자립도를 2030년까지 70%까지 높이는 내용의 ‘에너지비전 2030’을 지난해 선포했다. 제주도는 풍력개발과 전기차 보급을 통해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을 구현하는 게 목표다.

유재룡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에너지 정책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완성된다”며 “따라서 시민의 목소리를 가깝게 듣고 함께 실행할 수 있는 지방정부가 에너지 정책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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