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물망 소진세ㆍ황각규ㆍ노병용
檢 수사 받거나 구속된 상태
“공석 상태 길어지나” 깊은 고심
롯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43년간 롯데맨으로 임직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온 이인원 롯데정책본부장(부회장)까지 떠나면서 충격과 동요가 크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7일에 이어 29일 또 다시 이 부회장의 빈소를 찾아 위기에 처한 ‘롯데호’를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해법을 숙고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 차질을 우려하면서도 후임 인선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쉬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롯데 관계자는 “정책본부를 이끌었던 이 부회장은 최종 전결권자로 그룹의 모든 사안을 결정해 왔던 분”이라며 “대행체제로 전환하거나 정책본부의 사장급들이 나눠서 전결을 하는 등 비상 체제를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선 검찰 수사와 경영권 분쟁 등 안팎으로 시끄러운 조직의 동요를 한시바삐 막기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 부회장을 대체할 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게 롯데의 고민이다. 1973년 호텔롯데로 입사해 20년 가까이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던 이 부회장은 롯데의 산 역사나 다름없다. 사실 이 부회장은 교통사고를 당한 후 뇌질환을 앓고 있는 부인을 10년 넘게 간병하고 본인도 큰 수술을 받으면서 여러 차례 회사를 그만두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번 신 회장이 이 부회장을 붙잡았다. 그만큼 신망이 두터웠다. 아침 일찍 운전기사가 집 앞에서 대기하는 게 안쓰러워 본인이 직접 운전을 해 출근을 했다거나 가죽이 떨어질 때까지 낡은 구두를 신었던 일화가 회자될 정도로 직원들의 존경도 받았다. 이 부회장과 친분이 있는 한 인사는 “이 부회장이 (롯데 경영권 분쟁 이후) 면전에서 듣기 힘든 싫은 소리까지 다 들어가면서 롯데를 개선해 나가려고 애쓰던 모습이 선하다”며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해서 티끌만한 것도 흠 잡힐 게 없을 정도여서 직원들이 그를 어려워하면서도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76개에 이르는 롯데 계열사 전반의 자금을 관리하고 사업과 경영 상황을 조율하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의 수장 역할을 해 온 이 부회장만큼 그룹을 아는 이도 드물다. 그의 후임으로 이 부회장과 함께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소진세 정책본부 커뮤니케이션실장(사장)과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모두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거나 이미 구속된 상태다. 그렇다고 정책본부장 자리를 오랫동안 공석으로 두기도 힘든 게 롯데의 딜레마다.
신 회장은 이날 평소처럼 오전 8시 30분 출근해 근무한 뒤 오후 6시쯤 이 부회장의 빈소에 도착, 1시간 30분 정도 머물다 떠났다. 신 회장은 “이 부회장과 한 마지막 대화가 무엇이냐”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등의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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