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서열형 임금체계 혜택 누린
중장년 생산직 근로자 많기 때문

한국 대학진학률과 경쟁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지만, 대졸 노동자와 고졸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크기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고용노동부의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 대졸 이상 노동자의 임금은 고졸 노동자 임금보다 평균 3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31개국 평균(고졸 대비 대졸 노동자 임금 156%)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대졸과 고졸 노동자 간 임금 차이가 큰 순으로 순위를 매길 경우 23위에 해당한다.
대졸ㆍ고졸 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국가는 헝가리(고졸대비 대졸 노동자 임금 200%), 멕시코(199%), 터키(191%) 순으로 조사됐다. 영국(156%), 프랑스(154%) 등 서유럽 국가들도 한국에 비해 임금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덴마크(128%), 노르웨이(127%), 스웨덴(125%), 뉴질랜드(119%) 등은 대졸ㆍ고졸간 임금격차가 가장 작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졸과 고졸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비교적 작은 이유에 대해 생산직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노동시장 전반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중장년 생산직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산현장으로 뛰어든 노동자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의 혜택을 누린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실제 고용부에 따르면 1년 미만 근속자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수준이 3.3배에 달하는 등 OECD 국가 중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격차는 한국이 최고 수준이다.
‘대졸 프리미엄’이 실종된 것도 임금격차가 작은 원인으로 풀이된다. 대졸 사무직 노동자는 조기 명예퇴직 등으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의 덕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또한 2014년 기준 대학진학률이 70.9%로 OECD 최고수준을 나타내는 등 노동시장에서 대졸 노동자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진 것도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초등학교 5학년 이후 학문탐구와 직업기술 연마 등 개인 희망에 따라 상급학교 진학을 선택하게 하는 독일처럼 한국 교육체계도 실속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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