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 父子 50년 통치한 가봉
현 대통령 “최종 결과 기다려야”
서아프리카 소국인 가봉을 50년 가까이 통치하고 있는 봉고 일가의 장기 집권도 종말을 맞이하는 것일까. 27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과를 앞두고 전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인 장 핑 야당 후보가 승리를 주장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핑 후보 캠프 측은 “개표가 60% 진행된 가운데 핑 후보가 60%를 득표 했다”고 주장했다. 핑 후보도 승리를 선언하며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핑 후보의 아버지는 중국 저장성 출신으로 만약 핑 후보가 당선될 경우 아프리카 최초의 중국계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인 알리 봉고 후보 측은“공식 발표 전 이 같은 주장은 불법”이라며 “최종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맞섰다. 봉고 대통령은 오마르 봉고 온딤바 전 대통령의 아들로, 2009년 41년간 가봉을 통치해 온 선친이 타계한 직후 치러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최종 결과는 30일 이후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국제사회는 가봉의 장기 집권 종식 여부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과거(1839~1960년) 가봉을 식민지배했던 프랑스는 관심이 많다. 프랑스 사회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경우 “건강한 민주주의가 정착하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봉고 가문은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봉고 전 대통령은 냉전 심화로 체제 경쟁이 극심한 가운데 ‘제3세계권’ 지도자로 박정희 정권을 지지하며 한국 외교에 큰 힘을 실어줬고, 이후 한국의 유엔 가입도 도왔다. 2007년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나 기아의 베스트셀러였던 ‘봉고’ 승합차가 자신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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