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운동할 때 붕대나 약도 제때 보충이 안됐답니다. 운동복도 빨리 지원이 안되고 부끄러운 일이죠.” 대한배구협회의 서병문(72) 신임 회장도 최근 불거진 여자 대표팀에 대한 부실 지원 논란에 대해 사실을 인정했다.
서 회장은 29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대표에 걸맞지 않은 지원으로 배구팬들의 비난을 부른 과오와 실수를 고개 숙여 사과한다”며 “국가대표 지원 방침을 국격에 맞게 명문화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배구협회는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배구 대표팀에 대한 지원 부족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통역, 팀 닥터 등 스태프가 부족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대한배구협회 직원은 AD카드가 없다는 이유로 단 한 명도 리우에 가지 않았다. 심지어 대표팀 주공격수인 김연경이 통역 역할까지 맡았다.
서 회장은 리우 올림픽이 한창이던 9일 회장으로 선출됐다. 대표팀 지원 문제는 전임 집행부의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그는 “지금 내가 비판 받는 건 전혀 억울하지 않다. 전임 집행부 문제라고 해도 크게 보면 배구인인 내 잘못도 있다”며 “신임 회장으로 모든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고개 숙였다.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서 회장은 “국가대표의 생명은 자부심이다. 대표 선수들이 자부심을 느끼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며 “집행부 인선이 마무리되면 국가대표 지원 방침을 국격에 맞게 명문화하는 작업을 하겠다. 프로배구연맹과도 폭넓게 대화해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 회장은 문제의 근원을 협회의 열악한 재정 문제와 ‘부족한 관심’으로 파악했다. 그는 “재정 문제는 실제로 열악하다. 빚이 산더미다”며 “재정 문제를 해결할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회장단이 사비를 내놓아야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전체적인 배구인의 참여를 통해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구협회는 임태희 전 국회의원이 회장을 맡던 2009년 배구회관 건물을 무리하게 매입하다 막대한 재정 손실을 봤다. 후유증은 계속됐고, 배구협회는 아직도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는“배구가 한국에 들어온 지 올해로 꼭 100년이 됐다”면서 “협회가 100년 동안 회장 얼굴만 쳐다보고 왔다. 새롭게 판을 짜 봐야겠다. 전 배구인이 참여하는 기틀을 마련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북 영주 출신인 서 회장은 영광고와 경희대에서 배구 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기업인으로 변신해 사업체를 성공적으로 키워냈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14년 동안 부회장 및 수석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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