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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정석’ 발간 50년… 4600만권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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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정석’ 발간 50년… 4600만권 팔렸다

입력
2016.08.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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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전주 상산고 이사장의 슈퍼베스트셀러

1966년 초판 발행…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려”

홍성대 이사장이 지난 6월 강원도 원주 귀래중학교 특강을 마치고 학생들에게 수학의 정석을 선물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성지출판 제공
홍성대 이사장이 지난 6월 강원도 원주 귀래중학교 특강을 마치고 학생들에게 수학의 정석을 선물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성지출판 제공

‘수학의 정석’이 31일 발간 50주년을 맞는다. 할아버지 세대에서 손자 세대에 이르기까지 고등학생 책상 위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책 한 권당 두께를 평균 3㎝로 계산하면 그동안 판매된 책의 높이가 에베레스트 산(8,848m) 156개에 해당한다.

이 슈퍼 베스트셀러는 홍성대(79) 전주상산고 이사장이 1963년에 쓰기 시작해 3년 만인 1966년 8월 31일 첫 출판 됐다. 홍 이사장은 2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 스물일곱 살짜리가 뭘 안다고 책을 쓰겠냐. 하지만 그때 서두르지 않았다면 영원히 책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홍 이사장이 책을 출간하며 쓴 머리말은 지금 판매되는 책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 서문에서 그는 “이 책은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힘쓰는 한편 기초가 없어 수학과목의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수학의 기본을 튼튼히 해 줌으로써 쉽고도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 책”이라고 적었다.

수학의 정석을 출간해온 성지출판은 초판을 찍기 시작한 후 50년 동안 총 4,600만권가량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출판 첫해에는 3만5,000여권이 팔려 서점가를 놀라게 했고 이후 판매가 계속 늘어 1980년대와 1990년대 전반에는 한해 150만~180만권이 팔리기도 했다. 참고서 하나가 반백년 동안이나 꾸준히 판매를 이어온 것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성지출판은 “우리나라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고 설명했다.

수학의 정석 초판본. 성지출판 제공
수학의 정석 초판본. 성지출판 제공

수학의 정석은 저자 대학 시절 고학의 산물이다. 서울대 수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나선 과외지도와 학원 강의를 하던 중 국내 수학참고서의 열악한 수준에 실망해 집필을 시작했다. 기존 수학참고서의 문제점과 새로운 교재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그는 학생들에게 좋은 문제를 제공하기 위해 외국 서적 판매점을 뒤지고 미국 일본 프랑스 등지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매일 자료를 분석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합작해 신작 문제 등을 모아 책을 엮었다.

현재 수능 출제경향이나 내신 반영 방법 등 입시제도의 잦은 변화 속에서도 수학의 정석은 수험생들에게 꾸준하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성지출판은 “수학의 기본원리를 논리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출제 가능한 모든 유형을 다룬 데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이라면 혼자서도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편집방향이 책을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학의 정석 시리즈는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 같은 의의를 인정해 2016년 기념전시에 1966년 출판한 수학의 정석 초판본을 전시했다.

홍 이사장은 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1981년 자율형사립고인 전주상산고를 설립하고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앞서 1979년에는 고향인 정읍시 태인면에 명봉도서관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1998년 서울대에 상산수리과학관을 건립해 기증했다.

그는 수학을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문제를 눈으로만 읽지 말고 종이에 직접 써 봐야 하고, 혼자 힘으로 풀어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예습 중심의 학습방법을 택해야 실력이 붙는다”고 조언했다. 이어 “50년 동안 책을 사랑해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다”며 “교육환경이 바뀌어도 수학교육의 수준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수학의 정석을 계속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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