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첫 리메이크 성공에 큰 공
“너무 버거워 도망치고 싶었죠”
인터뷰 중 눈물 두 번 쏟기도
“촬영하며 버거워 매일 도망치고 싶었어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웨딩홀. 배우 전도연(44)은 27일 종방한 tvN 드라마 ‘굿와이프’ 관련 인터뷰를 하는 도중 두 번이나 눈물을 쏟았다.
2007년 영화 ‘밀양’으로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고도 눈물 한 번 보이지 않았던 배우가 전도연이다. 11년 만의 드라마 외출에 따른 부담과 첫 법정 드라마 촬영으로 인한 고충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올해로 연예계 데뷔 27년째를 맞은 ‘칸의 여왕’은 ‘굿와이프’를 끝낸 뒤 “내 큰 단점을 깨달았다”는 얘기까지 꺼냈다. 극중 변호사인 김혜경 역을 맡아 법정에서 사건 변론 등을 할 때 대사 전달이 명확하게 되지 않는 자신을 자책했단다. 그는 “감정을 전달하는 대사는 괜찮은데, 정보를 전달하는 사건 관련 대사 소화가 너무 안 돼 힘을 줘 얘기하다 보니 나중에 입 모양까지 비뚤어지더라”는 반성까지 했다.
그의 자책에도 불구하고, 낯선 동명의 미국 드라마(CBS)를 시청자가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데는 전도연의 공이 컸다. 그는 선(善)만 추구하던 순진한 변호사에서 사건 의뢰인의 승소를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으로 성장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전도연 덕분에 미국 드라마 첫 리메이크라는 도전도 성공으로 끝을 맺었다.
전도연은 드라마에서 파격적인 면모와 여성의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줬다. ‘굿와이프’는 김혜경이 두 번이나 불륜을 저지른 극중 검사인 남편 이태준(유지태)과 이혼하지 않고 ‘쇼윈도 부부’로 사는 모습으로 끝난다. 그는 정치에 뛰어 든 남편의 검찰 인맥을 활용하려 한다. 자신이 변론을 맡은 건에 대한 수사 정보를 남편으로부터 제공 받아 변호사로서 자리를 잡기 위해 내린 ‘사회적 선택’이다.
전도연이 결말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당초 대본엔 혜경이가 태준의 기자회견장에 가지 않고 각자의 길을 가며 끝나는 설정이었다”며 “나중에 혜경이가 기자회견장으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건의를 했고 대본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드라마에 “포용”이란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그런 제안을 했다고. 전도연은 “드라마 중반(12회)에 딸이 갑자기 실종돼 태준이 집을 찾아오는 장면이 있는 데 그 장면을 찍으면서 남편의 작아진 어깨와 안쓰러움이 밀려오더라”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한 길만 바라보고 온 태준의 욕망을 이해하게 됐고, 그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15년 동안 미운 정과 고운정이 다 든 혜경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전도연은 원작 속 여주인공에 모성을 더하기도 했다. 남편과의 이혼 결심을 자식들에 꺼낸 뒤 “엄마를 믿는다”는 딸 서연(박시은)의 말에 “엄마가 미안해”라고 혜경이 우는 모습은 원작엔 없는 장면이다. 실제 일곱 살 된 딸을 둔 전도연은 이 장면을 얘기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지난달 8일 시청률 3.9%(닐슨코리아 집계)로 시작한 ‘굿와이프’는 마지막 회에서 첫 방송보다 약 1.5배가 뛴 6.2%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원작을 좋아했던 시청자들 사이에선 한국적 변용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런 변화가 중년 시청자에겐 드라마에 몰입하는 장치가 됐다. 시청자 김은숙(63)씨는 “법정 내용은 이해가 안 갔고, 전도연이 엄마와 여성으로의 갈등을 잘 보여줘 끝까지 봤다”고 말했다.
전도연에게 ‘굿와이프’는 배우, 엄마, 아내로서 “힐링”의 계기가 됐다. 그는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다 보면 남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이 드라마를 찍고 내가 행복해지는 게 중요하단 걸 다시 깨달았다”며 수줍게 웃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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